여야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처리를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하자 국민의힘은 “재난의 정쟁화”라고 반발했다.
국회 행안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상정하고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법안은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 특조위에 특별검사 도입·감사원 감사 요구권 부여, 희생자 추모·피해자 지원 사업 등의 근거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20일 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183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방침을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특별법상 여당과 야당, 유가족이 각 3명씩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조사위원 17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는만큼, 야당 편향적 인사들로 조사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게 여당 주장이다.
행안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야당이 추진하는 이태원특별법이 진정으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인지 많은 의구심이 든다”며 ‘법안에 담긴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시점에 여당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당론으로 추진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서 국회 입법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재난을 정쟁화하려는 것”이라며 “이태원 특별법 처리를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 처리하겠다고 공언해달라”고 촉구했다.
특조위 구성 절차와 권한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조사위원회 밑에 추천위원회를 둬서 여당 3명, 야당 3명, 유가족 3명이 모여서 조사위원을 추천하게 돼 있어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조사위원회에 감사 요구 등의 권한을 주면서 무소불위가 되고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을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입법에 동참하라”며 “유가족들이 곡기를 끊어가면서 원통해하는데 그분들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유가족들이 단식을 시작하면서 6월 임시회 내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 참사 1주기 내 법 제정을 요구했다”며 “위원 추천위원회 등 법안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고 또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최소한 (특정 시점을 정해) 표결하자는 안전장치”라고 했다.
여야는 특별법을 논의하게 될 법안심사2소위 위원장 자리를 두고서도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방침을 철회하고 여야 합의 처리를 공언하지 않을 시, 2소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과거 합의대로 현재 이만희 의원이 맡고 있는 2소위원장을 야당 의원이 교체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앞서 행안위원장직과 마찬가지로 소위원장도 여야가 1년씩 번갈아가며 맡기로 구두합의했다.
여야는 오는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본회의 표결까지 최대 330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21대 국회 임기 내인 내년 5월 말에 본회의에 상정해서 투표하려면 늦어도 이달 말에 신속처리안건이 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