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야권의 함성과 박수 속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 전 퇴장했다.
국회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의 건’을 재석 185명, 찬성 184명, 반대 1명으로 표결 처리했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을 골자로 한다. 특조위는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를 수행하면서 자료·물건의 제출 명령, 동행 명령, 고발·수사 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할 수 있다. 피해자 구제·지원에 관한 업무 수행을 위한 구제 심의위원회 설치도 특별법에 담겼다.
앞서 전날(29일)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野) 4당 및 무소속 의원 183명은 국회 의안과에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구서’를 제출했다.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본회의 무기명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면 해당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 해당 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한 의원이 183명에 달해 무난한 통과가 예상돼왔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180일 이내→법사위 90일 이내→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 실제 처리까지 최장 330일(11개월)이 소요된다.
이날 제안 설명에 나선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한 진상 규명 조사, 피해자 권리보장, 공동체 회복지원을 위한 이태원특별법은 희생자,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양심과 상식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을 통해 “조사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참사를 정쟁화하고 총선용으로 키워나가려는 의도를, 민주당의 위기 수습이라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대했다.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 일부는 이날 방청석에서 토론·표결 과정을 지켜봤다. 유가족들은 여당 의원들의 반대 토론을 지켜보던 도중 눈물을 쏟았다. 귀를 막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특별법의 취지와 피해자의 범위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앞서 여당은 이날 의총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비롯해 노란봉투법 및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 등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안건 3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유가족들과 사회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치유해 가야 할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하지만 이미 원인과 과정이 밝혀진 상황에서의 특별법은 야당의 정쟁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본회의에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태원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등 본회의 일정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야권 주도로 패스트트랙으로 이태원특별법이 지정되면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최장 180일, 본회의 심사 최장 60일을 거쳐 내년 4월 총선 직전까지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