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논쟁 끝날까… “새 관계 정립해야 할 때”

개 식용 논쟁 끝날까… “새 관계 정립해야 할 때”

기사승인 2023-07-18 18:51:02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 식용 종식 법안 통과를 위한 사진전에 전시된 개 식용 반대하는 메시지가 담긴 콜라주.   사진=박효상 기자

“개 식용 문제의 사회적 합의는 다 끝났습니다. 현재 국민들 대다수가 개고기를 먹지 않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겁니다. 부디 정부가 움직이길 바랍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의 호소처럼, 최근엔 대부분 국민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11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4%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앞으로 먹을 의향이 없다”는 답변도 89%에 달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는 국회의원들부터 여러 동물단체, 수의대 교수 등이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인식이 많은데도, 여전히 개고기를 소비하는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현행법은 개를 식용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축산물에도, 식품위생법상 식품 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4월2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개 도살도 금지되고 있다. 개 식용 사업의 사육, 운송, 도살, 유통, 조리는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개 식용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식용 개 사육·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농장은 1150여 곳, 해당 농장에서 사육된 개는 총 52만여 마리로 추정된다. 또 개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서울시에만 229곳이 존재한다.

1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전진경 동물행동권 카라 대표가 발제 중이다.   사진=조유정 기자

개 도살장은 위법과 불법 사항이 가득해 사실상 무법지대다. 동물행동권 카라가 2020년 5~12월 경기도 개 농장을 조사한 결과, 88.3%가 자가 진료를 하고 있었다. 61.7%는 도살 여부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미응답 업체는 사실상 개를 도살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개 농장이 도살장과 경매장 무허가 시설에서 영업하는 등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적정한 사육관리(제9조), 동물학대 등 금지(제10조) 등을 위반하고 있다.

최소한의 복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개 농장주들은 폐기물 관리법상 음식물류 폐기물 재활용업 신고 후 음식물 쓰레기를 개들에게 주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 유형은 환경부 소관이지만 재활용 실태와 기준준수 여부, 시설 구비 여부 등 최소한의 감독과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라에 따르면 식용견들에게 먹이로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하는 곳은 전체 개 농장의 78.8%인 것으로 조사됐다. 61.8%는 물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전 대표는 “물을 제공하면 개들이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든 물을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집단 사육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개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개 식용을 금지했고,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주는 법령에서 개를 음식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식용과 거래 금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3월 개와 고양이 고기 거래를 모두 금지했다.

개고기는 개인의 취향일까. 개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먹는 것에 대한 취향은 인간의 기본 권리’라 주장했다. 그러나 개고기는 먹을 자유에 앞서 국가가 인정한 먹거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물학대와 환경파괴 등을 제외하더라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고 식품위생법상 식재료에도 속하지 않는다. 먹을 자유에 앞서 개 식용사업의 사육, 운송, 도살, 유통, 조리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1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현재와 미래’ 토론회 참석자들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이미 개 식용 금지로 많은 개 농장이 폐업하는 등 관련 산업도 무너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HSI)은 개 식용 사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농장주에게 철거, 전업 비용을 지원 중이다. 한국HSI 도움으로 폐쇄된 개 농장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18개. 향후 개 식용 산업과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구조된 개들은 치유센터에서 트라우마 등을 극복 후 사회화 훈련을 거쳐 해외로 입양을 간다. 이상경 HSI 팀장은 “개 농장주들은 대부분 돈이 필요해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라며 “농장에 전업 기회를 주자 농장주들은 ‘마음이 후련하다’, ‘가족 모두 잘한 결정이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길 바란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교수팀이 지난해 4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개 식용 관련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한 응답자 중 93%는 개 식용 금지가 국가 동물 복지 의무에 포함된다고 답했다. 또 개 식용 금지를 위해 동물 복지 예산을 편성하는데 찬성한 비율은 87.1%에 달했다.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대표는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가 법적 논란을 불러왔다”라며 “개 도살과 유통 과정에서 동물학대뿐만 아니라 방역과 공중위생에 큰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개 식용이 종식되려면 정부와 각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농축산부는 개 농장 전수조사부터 전‧폐업 지원, 식약처는 식품위생법에 의거 개 사체 단속, 환경부는 음식물쓰레기 불법 수거 및 동물 급여 단속, 가축분뇨법 의거 배출시설 미신고 개 농장 폐쇄, 국회는 개 식용 금지 관련 법 제‧개정, 사법기관은 불법 개 도살 처벌 등 모두가 함께 이뤄야 한다. 동물단체들은 “정부 기관에서 서로 떠넘기기를 하느라 개 식용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개 식용을 막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시민은 물론 여당과 야당 모두 한뜻으로 개 식용 금지에 대한 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태영호 최고위원이 나서 개 식용 금지법을 발의했고 야당에서도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특별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에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는 행위부터 도살, 개를 사용해 만든 음식‧가공품의 취득‧운반‧보관‧판매‧섭취와 알선행위까지 모두 금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여야 모두 법안을 냈고 대통령도 공약했다”며 “국회에서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은 “이제 때가 된 것 같다”며 “올해 반드시 (개 식용 금지 특별법 통과) 해냅시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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