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증여 3억원 공제?…“4.5% 위한 정책” [요즘 신혼부부③]

결혼 증여 3억원 공제?…“4.5% 위한 정책” [요즘 신혼부부③]

기사승인 2023-10-06 06:00:07
결혼식 사진. 독자 제공

“금수저 위한 정책 아닌가요?”

지난 7월27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확인한 예비 신혼부부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이라지만,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 세법 개정안’엔 ‘결혼‧출산‧양육 지원’을 위해 결혼 시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하는 법안이 담겼다. 현재는 부모 각각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 부모에게 각각 지원받는 1억원 증여세를 추가로 면제받을 수 있다. 증여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총 3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다. 부모 도움 없이 내년 초 결혼을 준비 중인 조모(30)씨는 “보통 시민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 같다”라며 “서민들은 1억만 지원받아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예물예단 없이 반반 나눠서 결혼하기도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결혼률 상승에도 부정적이다. 10년째 장기연애 중인 이모(27)씨는 “증여세가 공제되면 결혼 준비할 때 도움은 되겠지만, 혼인을 고려할 정도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모(27)씨도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 중 돈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것도 있다”라며 “스스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증여세만 면제해 준다고 결혼을 마음먹긴 힘들다”라고 밝혔다.

가연결혼정보가 지난 8월 25~39세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결혼자금 증여가 혼인율 상승에 매우 도움될 것 같다는 답변은 12%에 그쳤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36%),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19.8%)는 부정 의견은 55.8%로 과반수를 넘겼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4.5%만 받을 수 있는 증여 혜택


실제 정부가 내놓은 결혼 자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수는 매우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저축성 금융자산 4억원 이상을 보유한 가구 자산 상위 4.5%를 위한 혜택이다.

지난 7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MDIS)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억원을 자녀에게 증여할 여유 자금이 있는 가구는 4.5%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공제를 약속한 1억5000만원에 현행 증여세 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혼수 및 결혼식 평균 비용 5073만원(2023 듀오웨드 조사 기준)을 더하면 약 2억원. 여기에 자녀 결혼 가능성이 있는 50~60대 평균 자녀 수를 2.1명으로 추산하면 4억원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 중 95.5%는 사실상 공제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결혼하는 자녀 1인에게 2억원 이상을 증여할 때도 이전보다 증여세가 훨씬 낮아진다. 현행법으로는 부모가 결혼 자금으로 3억원을 증여할 때 3000만원의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공제 확대 후에는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증여액이 커질수록 혜택이 커지는 누진 구조로 설계돼 여유 자산이 많은 상위 부유층에게 유리하다.

장혜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혼인 공제 신설은 상위 10%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에 곤란을 겪는 하위 90%를 철저히 배제하고 부모에게 많은 지원을 받아 결혼 준비에 경제적 부담이 덜한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어떻게 결혼 지원 정책이냐”라고 반문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청년들이 원하는 것 “증여세 아닌 주거 지원”

청년들은 결혼 증여 공제보다 ‘주거’와 관련된 실질적인 지원을 원했다. 가연결혼정보가 지난 8월 25~39세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정책을 물었더니 주거 마련 금액 지원(25.4%), 주거 마련 제도 지원(24%) 등 주거 관련 답변이 많았다.

내년 결혼을 앞둔 조모(31)씨는 “증여세 공제는 결국 집이 있는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것”이라며 “대부분 청약과 대출로 전세를 마련하는 상황이라 실효성이 없게 느껴진다”라고 꼬집었다. 결혼을 고려 중인 박모(27)씨도 “신혼부부 전세대출 소득 조건 완화나 금리 인하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결혼 지원 정책은 환영하지만, 청년들이 실효성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책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라며 “근본적인 대책이라 보긴 어렵지만 결혼 부담 감소에 대한 노력은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 자금에 대한 세금 면제 등 결혼 부담을 감소시켜 줄 순 있지만, 혼인율을 높일 본질적인 방법은 아니다”라며 “청년들에게 3억원이란 금액 자체가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란 느낌을 준다. 생색만 내고 실효성은 적은 정책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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