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로부터 자료 제출을 강요받았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도중 나온 정기석 공단 이사장의 발언이다. 이 발언으로 감사는 시작과 동시에 정회되며 순탄치 않은 일정을 예고했다.
해당 발언은 강 의원이 정 이사장에게 이른바 ‘문재인케어’(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으로 건보 재정이 파탄났다는 여당 등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나왔다.
강 의원에 따르면, 문케어 이전 60만1936명이었던 뇌·뇌혈관 MRI 촬영 환자는 158만9384명으로 늘었다. 급여 확대로 더 많은 검사가 이뤄지며 중증 뇌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은 53만123명에서 106만8173명으로 증가했다. 급여 확대 후 MRI 촬영 환자가 늘었지만, 확대 전에 비해 2배 이상의 중증 뇌질환자를 조기 발견했다.
강 의원은 “급여가 확대되면서 보장성이 강화돼 초음파와 MRI 검사 비용 부담 문턱이 낮아졌다”며 “취약계층 등 의료 이용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고, 조기에 질환을 진단함으로써 중증 진행을 예방해 의료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각각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를 추후에 다시 검토해보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전후를 비교해 보면 병이 그렇게 많이 증가한 건 아니다”라면서 “검사 확대로 더 많이 발견된 것 같이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급여로 검사를 했던 부분에 대한 것일 뿐 빅데이터를 이용한 통계를 보면 병 자체가 의미 있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출한 자료에 해석의 문제가 있었다. 자료 제출을 상당히 강요받아서 급하게 드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들여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내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발끈한 강 의원은 “개념을 잘못 적용한 자료를 의원실에 제출한 거냐”면서 정 이사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A자료를 달라고 해서 A자료를 줬는데 개념 정립을 잘못해서 거짓 자료를 준 것”이라며 정확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거들었다. 고영인 의원은 “국회가 산하기관에게 여러 가지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정당한 의무다. 해당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 이사장의 사과와 함께 정회를 요청했다. 전혜숙 의원은 “분명한 경고 조치와 함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40여분간 정회됐다가 속개한 자리에서 정 이사장은 “강요라는 말이 그렇게 쓰일지 몰랐다”면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