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공간, 이제 안녕”…상봉터미널 마지막 발자취 [가봤더니]

“추억의 공간, 이제 안녕”…상봉터미널 마지막 발자취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11-30 11:49:31
30일 오전 마지막 영업을 앞둔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을 한 시민이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진=조유정 기자 

지난 1985년 문 연 상봉터미널이 30일을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한때 이용객이 하루 평균 2만명을 넘어섰으나 최근 상봉터미널은 인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사 안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다. 매표소 안내 직원들도 없었다. 그저 매표소 무인승차권 기계만 남아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30일 오전 상봉터미널의 마지막 영업일 이곳을 찾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제일 빠른 노선인 오전 10시30분 출발을 앞둔 버스 한 대만 주차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상봉터미널의 유일한 노선은 원주‧문막행으로 하루 6대만 운영했다. 오전 9시 기준, 4대의 차량이 남아있었다. 1대당 41석 총 172석이지만 팔린 좌석은 16석밖에 되지 않았다.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가 각 4석, 오후 8시 8석이 팔렸다.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유동인구가 많을 시간임에도 버스를 타기 위해 대합실을 찾은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승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합실엔 구식 의자 수십 개와 TV 한 대만 설치돼 있었다. 곳곳에 붙은 폐업 예정과 근처 임시 정류장 설치 공지문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몇몇 시민들만 눈에 띄었다.

30일 오전 마지막 영업을 앞둔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사진=조유정 기자

적막한 공간을 깨운 건 카메라 셔터음이었다. 상봉터미널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이다. 김모(48)씨에게 상봉터미널은 특별한 장소다. 타지에 사는 자식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부모님과 만나고, 헤어졌던 추억의 장소였다. 김씨는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남기려 찾았다”며 “이제는 KTX와 교통이 잘돼있어 터미널을 이용한 지 오래됐지만, 막상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모(40대)씨도 사진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씨는 “상봉터미널은 이용해 본 적이 없지만 가족들이 그동안 많이 이용했었다”라며 “이용하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사진을 남기러 왔다”라고 했다. 이씨는 “워낙 낙후된 공간이기도 하고 인근 다른 터미널이 발달하며 승객이 분산돼 문을 닫게 된 것 같다”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흐름이지만 인근 주민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상봉터미널 폐쇄에 아쉽다는 의견과 함께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누리꾼 A씨는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예전과 분위기가 달라져서 놀랐다”라며 “과거에 자주 이용했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사라진다니 섭섭한 마음”이라 말했다. B씨도 “학생 시절 가끔 이용했는데 그동안 버틴 것도 대단하다”라고 밝혔다.

상봉터미널은 그간 적자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5년 문을 연 뒤 서울과 경기 동·북부, 강원지역 등 시외·고속버스가 하루 1000개 넘게 운행했으나 1990년 동서울 터미널이 생긴 뒤 이용객이 줄었다. 운영사 신아주는 1997년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사업면허 폐지를 요구했다. 서울시와 행정소송 끝에 2008년 대법원에서 사업면허 폐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날 영업을 끝으로 폐업한 후 2027년까지 지상 49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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