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내년 총선에 전북지역 선거구 국회 의석수가 10석에서 9석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5일 전국 선거구는 현행대로 253개로 하고,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13만 6600명 이상, 27만 3200명 이하로 잡은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획정안에 따르면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경기에서 각 1석 늘어 6개 선거구가 통합되고 6개 선거구가 분구된다. 서울에선 노원구갑·을·병 지역이 노원구갑·을로 통합돼 1석 줄고 전북은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이 정읍시·순창군·고창군·부안군,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 김제시·완주군·임실군로 조정된다. 또 선거구획정위는 전주갑과 병, 익산갑과 을 2곳에 대해 경계조정을 요구했다.
인천에선 서구갑·을이 서구갑·을·병으로 분구되며 1석 늘어났고 부산에선 북구강서구갑·을이 북구갑·을, 강서구로 분구되는 반면, 남구갑·을이 남구로 통합돼 전체 선거구 수는 유지된다. 전남도 1곳이 분구되고 1곳이 통합되면서 지역구 숫자엔 변화가 없다.
문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유일하게 전북 선거구만 줄어 전북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안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 의석은 그대로 두고 전북만 줄인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전북정치권은 선거구 공론화를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선거구획정위는 공직선거법 제25조의 국회의원 지역구선거구 획정 기준을 무시하고 특정 정당에 편향된 획정안을 제시했다”며 비판했다.
또한 “획정안은 행정구역 내 인구수 대비 선거구(인구수 선거구)를 감안하지 않았다”며 “인구수 대비 선거구 현황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가 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정개특위 위원은 “선거제도가 게임 룰이라면 선거구는 게임 공간이다”며 이번 선거구획정안은 지역 간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전북 의원들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이익만을 반영한 편파·졸속 조정안이며,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지방 죽이기 조정안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전라, 경상, 충청, 강원 모두 인구는 같이 줄었는데 국회 의석은 전북만 줄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기재부가 새만금 예산을 난도질하더니 이제는 중앙선관위가 한강 이남에서 유일하게 전북만 의원 수를 줄이는 상식과 공정의 파괴행위를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유성엽 전 의원도 “전북 국회의원들이 원팀으로 뭉쳐 사력을 다해 10석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선거구획정위는 정파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선 명백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북의 경우 국민의힘 당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지역으로 ‘험지(險地)’라기 보다 ‘사지(死地)’에 가깝고 서울 감소지역도 전통적인 진보 강세지역에서 이라는 것이다. 반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을 그대로 둔 여당 편파적 획정안이라고 반발했다.
또 전북의 경우 경계 조정을 통해 충분히 10석을 유지할 수 있는데 전주와 익산만 경계를 조정했을 뿐 다른 지역 선거구는 단순히 합구하는 방법을 취하면서 선거구 획정 적정성에도 의문이 커진다. 정가에선 ‘전북이 가장 만만했던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전북은 국회 의석이 한때 최대 24석까지 보유했었다. 4~5대 국회에서 24석을 유지하다 16대에 10석으로 확 줄었고 이후 11석과 10석을 오갔으나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9석으로 쪼그라드는 처지에 처하게 됐다.
국회 의석수 감소는 지역의 정치적 권리와 발언권 축소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경제력도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정치력마저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획정위의 선거구 획정안은 균형발전과 농산어촌 대표성을 외면한 편파적인 결정으로 지방소멸을 더욱 가속화시켜 지방시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자기부정이자 모순적 처사라고 비판한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SOC예산이 78% 삭감, 국제공항 사업 중단에 이은 의석수 감축으로 전북이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우려가 번지고 있다. 도내 국회의원들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도민들의 자존감은 추락하고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이번 획정안은 최종안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되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22대 총선에 적용될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전북 의석수 축소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니 최종안에서는 지역의 대표성, 농어촌 특례 등 특수성을 감안해 기존 10석이 유지되리라 믿는다.
전북 정치력을 만만히 보고 전북을 무시하고 고립시키려는 일부 세력들의 시도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약화한 전북 정치력의 회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