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전격 회동이 서로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나와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그 변화의 의지를 이재명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특별한 요구는 없었고 (변화에 대한) 응답을 기다렸으나 어떤 답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비대위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것인지 묻는 말에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 사퇴나 통합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해 사실상 거부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거듭 “오늘 민주당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올해 말까지 이재명 대표 사퇴 등 당 혁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는 본격적인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탈당 여부에 관한 질의에 “그것은 차차 말씀드리겠다. 좀 더 가치있는 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도 대화를 마치고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춰 단합을 유지하고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고 실제로 기대치에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이 그 길은 아닐 것이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가능한 길을 찾아서 단합을 이뤄내고 그 힘으로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것”이라며 “총리님께 다시 한 번 깊이 제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발언을 마친 뒤 무거운 표정으로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날 회동은 서울 광화문 근처 모처에서 진행됐다. 전날(29일) 이재명 대표의 거듭된 요청 끝에 성사됐다.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단 둘만 만나 1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다.
이재명 대표는 함박눈 속에 예정된 시간보다 5분 먼저 식당 앞에 도착했다. 이재명 대표는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묻는 말에 “작전을 짜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며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국민들의 눈높이라고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도착하자 차량 옆으로 다가가 이 전 대표를 맞이했고, 둘은 나란히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만남은 이 전 대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그간 이낙연 전 대표가 “사진만 찍는 만남은 하지 않겠다”며 변화 의지가 없다면 만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이번 회동 결과가 민주당의 통합 혹은 분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관측돼 왔다.
이날 이재명 대표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박성준 대변인이 동행했고,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동행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