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맥(貘)’의 발행인과 편집주간을 지낸 허윤정(85) 시인이 시집 ‘일백 편의 한줄시’(상징학연구소)를 출간했다.
제목 그대로 100편의 시가 모두 한 줄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한 줄로 된 시는 여느 시인들도 가끔씩 쓴다. 하지만 문예지나 시집을 통해서는 거의 발표하지 않는다. 일본 시인 ‘하이쿠’도 짧은 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문화 체험 소재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시문학이다. 그러나 허 시인의 한줄시는 하우쿠의 시보다 더 짧다.
허 시인의 한줄시는 하나의 낱말 또는 언어로 이뤄져 있다. 상반되거나 무관한 대상을 하나로 묶는다.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역설과 아이러니한 내용의 시를 보여준다. 짧지만 깊은 사유와 자연의 섭리가 함축돼 있다. 그런 시인의 한줄시는 사족을 자른 심장만을 지닌 시라 평가받는다.
허 시인은 시집 제목에서 ‘한 줄 시’가 아니고 ‘한줄시’로 표기했다. 이는 시들을 쓸 때 은유를 제대로 구현하는 시인만이 사용하는 ‘은유 알고리듬’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단 한 곳도 불필요한 시어가 없다.
예술평론가 변의수 시인은 “시인은 은유 알고리듬이라는 전위적 실험창작의 기법을 수련해 빛나는 시편들을 짧은 기간에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며 “시인의 시에 대한 열망과 열정은 브레이크가 없다”고 평했다.
허 시인은 “시는 무엇보다도 은유가 중요하다. 장미를 불꽃으로 표현하듯이 은유는 세상일이나 사물을 다르게 보는 일이다”며 “시는 관점을 달리해서 세상이나 사물을 본다. 시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동인지 맥의 발행인과 편집주간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제1회 백자예술상, 제1회 사임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