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대정부 강경 투쟁을 예고해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임 당선인은 당선 직후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대화의 조건’으로 재차 언급하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현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제42대 회장 선거 결선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이어진 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에서 임 당선인은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획득해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오는 5월1일부터 3년간이다.
임 당선인은 지난 2016년부터 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이끌며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정부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해왔다. 임 당선인은 지난 20일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1일엔 윤 대통령 주재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 토론회장에서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이 틀어 막히고 양팔을 붙잡힌 채 끌려 나가 이목을 끈 바 있다. 현재 임 당선인은 복지부로부터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임 당선인은 대표적인 의료계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날 개표 직후 당선 소감에서도 대정부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임 당선인은 “의료계가 지금 할 일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믿어주고, 적절한 때가 되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 등을) 원점 재논의 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 의지가 생길 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허 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피해를 입으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정부와의 대화를 위한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의대 교수에 이어 의협 차원에서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개원가 집단휴진이나 야간·주말 진료 단축 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의협이 집단행동을 하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은 다 검토가 돼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보건의료 분야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시고,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