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고 최근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비교적 잘 나가던 전북대가 뒤숭숭하다. 전북대는 지난달 통합정보시스템이 해킹당해 32만명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털렸고 일부 교수의 일탈, 양오봉 총장의 일방적인 행정 등 ‘호사다마(好事多魔)’ 처지다.
양 총장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자 전북과 지역대학을 세계로 이끄는 ‘플래그십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지·산·학·연 융합캠퍼스 조성 △모집단위 광역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폐교 캠퍼스 재생 등 구체적인 4가지 모델을 내세우며 지역과의 상생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대는 또 교육부가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추진하는 반도체공동연구소 공모에 강원대와 함께 최종 선정됐다. 전북특별자치도 등 지자체의 지원과 정동영 의원(전주병)의 도움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전북대는 통합정보시스템인 오아시스 해킹으로 1947년 개교 이래 77년 동안 쌓아온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등 32만여명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오전 3시와 오후 10시, 오후 11시 20분 등 세 차례에 걸쳐 통합정보시스템이 뚫리는 허술한 보안 관리뿐 아니라 13시간이 지나서야 해킹 시도를 인지하고 늑장 대응에 나섰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평생교육원 회원 등 32만2,425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학사정보 등 재학생과 졸업생은 74개 항목, 평생교육원 회원은 29개 항목에 대한 정보가 유출됐다. 전화와 이메일 등 접수된 피해 상담 민원이 1,100건을 넘었다.
전북대는 지난해 2월에도 해외 해커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아 9시간가량 내부 전산망에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방화벽 강화와 서버 교체 등을 권고받았으나 디도스 대응 장비만을 구입한 뒤 서버 강화 등의 보완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는 한번 유출되면 다시 거둬들일 수 없고 완전히 삭제할 수 없어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며,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고 범죄에도 악용될 수도 있다. 결국 대학 당국의 관리 부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전북대는 얼마 전에는 익산캠퍼스 내 환경생명자원대학을 폐지하려 했다가 익산시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계획을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양 총장을 만나 ‘대학 축소를 결정하기 전에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필수적이었음에도 단 한 마디의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질타했고 이춘석 의원은 면담장을 박차고 나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컬대학 선정 때 ‘지역과의 상생’을 앞세우며 ‘플래그십대학’의 비전을 제시한 양 총장으로서는 전형적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정책’으로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전북대 한 교수가 대학원생 3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학은 지난해 12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교수가 지난 3월 대학에 복귀하자 피해 학생 중 1명이 학교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겨울방학 기간을 감안한 정직 조치로 ‘제 편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양 총장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해 구성원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 총장은 이미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인사해 다양한 학내 목소리를 차단하고 ‘끼리끼리 행정’으로 대학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양 총장은 세 번 도전 만에 총장이 올랐지만 평교수 시절 각종 정치적인 조직에 깊게 간여해 소위 ‘폴리페서’란 비난도 받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된 자리에서 많이 활동해 총장 임명 당시에도 많은 애를 먹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전북대는 최근 전북대(전북대병원 포함)의 생산유발효과와 미래수입가치 등을 더한 총 경제적 가치가 6조 3,3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세계 축구팀 순위 6위인 바이에른 뮌헨 구단 가치(한화 약 6조,8875억원)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지난해 회계자료를 기반으로 대학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 것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는 전북지역 내 생산유발효과 1조 3,128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7,526억원, 고용 유발효과 1만 6,65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는데 대부분 경제효과 분석이 그러하듯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양 총장은 언론에 기고한 컬럼에서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취업 기회를 창출하는 등 지역 노동시장을 활성화한다.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지역 기업과 산업에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혁신을 도모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의 중요성은 대학이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기능을 다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전북대와 같이 정보시스템이 털리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신중하지 못해 대학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등 크고 작은 구설수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선순환적인 역할과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총장의 ‘불통 행정’으로 구성원들의 창의력이 저해 받고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면 자칫 ‘빛 좋은 개살구’격이 될 수 있다. 양 총장은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우지 말고 무엇이 일탈하였는지 뒤돌아보며 대학과 지역사회의 실질적 발전과 성장을 견인할 기반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