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천안·아산 기업 活路 막은 출입국사무소

[조한필의 視線] 천안·아산 기업 活路 막은 출입국사무소

기사승인 2024-10-16 19:40:30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 천안출장소가 천안·아산 중소기업의 해외 고급인력 충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E7-1 비자 발급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조한필 기자

아산의 중소 제조업체 A사는 국내 이공대 졸업자를 원했다. 아무리 구인광고를 내도 시골 면소재지 회사로 오고자 하는 이가 없었다. 

 어렵사리 베트남 명문 공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현지 회사 경력자를 섭외했다. 정부가 권장하는 E7-1(전문인력) 비자를 통해 초청하려고 했다. A사는 초청자 자격으로 지난 7월 대한민국 비자포털을 통해 대전출입국·외국인관리소 천안출장소에 비자 신청을 했다.

 천안출장소에서 “해외인력을 초청할 자격이 되는지 기업 실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답변이 왔다. 근데 업무가 밀려 2개월 후나 실사를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 말만 믿고 기다리면서 베트남 피초청자에게 비자 발급 예상 일정을 알렸다. 현지 근무 회사서도 퇴사 절차가 필요하고, 또 출국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9월이 되고, 또 추석이 지났는데도 천안출장소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전화를 걸어봤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전에 말했던 것과 달리 청천벽력 같은 말을 쏟아냈다. “6개월은 기다려야겠다. 출장소 인력 부족으로 지난 2월 E7-1 비자 신청한 기업도 실사를 나가지 못했다.”

 A사 관계자가 지역 언론에 하소연했다. “작년엔 한동훈 법무부장관까지 나서, E7(특정활동) 비자 발급을 적극적으로 내주겠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 이제 와서 비자 발급해 줄 직원이 부족해 6개월을 기다리라는 게 말이 돼냐. 지방 기업은 살라는 거냐 죽으라는 거냐.” 


 기업이 어렵게 베트남에 수소문해 인력을 구했는데, 정부(법무부 출입국사무소)가 기업 활동에 태클을 거는 형국이다.

 지방 중소기업은 국내 고급인력 채용이 어렵다. 채용을 하더라도 1년도 안돼 수도권이나 월급 좀 더 주는 회사로 이직해 버린다. 그래서 해외 인력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그들은 선진국인 한국 정착을 원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도 부합된다. E7-1 비자로 3년간 같은 회사를 다니면 F2(거주)비자가 나와 친척들까지 계절근로비자로 초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이들의 최소 3년 근속이 보장돼 인력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출입국사무소 특히 천안출장소가 제동을 걸고 있다. A사는 베트남 채용 예정 인력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만 없어서다. 한국서 충남보다 비자가 빨리 나오는 지역의 기업으로 간데도 할 말이 없다.
아산 A사는 지난 7월 2일 대한민국 비자포털(사진)에 베트남 인력 비자발급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천안출장소는 인력 부족을 핑계로 아무런 진행도 못하고 있다.  A사 제공

 최근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을 따라 아산 A사에 오려던 친구가 천안·아산 지역은 “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지역 기업으로 가겠다”고 했단다. 가려는 회사는 대전출입국사무소 관할의 세종시 전의산업단지 B사였다.

 대전출입국사무소 천안출장소의 직원 부족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넓은 사무실 이전 및 기관 승격이 거론됐다. 항상 말뿐이었다. 충남 기업이 밀집한 천안·아산의 상황을 법무부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극한 상황까지 왔다. 지난달 10일 김태흠 충남지사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이런 상황을 전달했지만, 정부는 아직 아무 움직임이 없다. 해당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기업만 많이 유치하면 뭐하냐. 살 방도를 마련해줘야 한다. 천안·아산 기업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것이다. 정부가 어려운 지방 기업들의 활로를 막고 있다.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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