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바둑리그 포스트시즌(PS) 진출 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시즌 12라운드까지 전 경기 등판해 12연승을 달리던 ‘최강 주장’ 김은지 9단이 중국 여자갑조리그 출전 관계로 오더에서 제외된 여수는 PS 탈락 위기로 내몰렸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하는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13, 14라운드 단 두 경기만 남긴 가운데 가장 먼저 펼쳐진 13라운드 1경기에서 이른바 ‘단두대 매치’가 펼쳐졌다.
17일 밤 11시를 넘겨 끝난 13라운드 1경기에서 5위 여수 세계섬박람회와 6위 포항 포스코퓨처엠이 격돌했다. 여수와 포항 두 팀은 팀 전적도 6승6패로 동률, 개인 승수도 19승으로 모두 같은데 전반기 여수가 포항에 이긴 점이 반영돼 ‘승자승’ 규정에 의해 여수가 순위표 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날 승부에서 여수를 넘어 여자바둑리그 ‘끝판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12전 전승 무패의 주장 김은지 9단이 등판하지 못했다. 중국 여자갑조리그와 일정이 겹쳐 중국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김 9단의 중국 원정은 이미 지난 8월 4라운드가 끝난 상황부터 정해져 있던 일이었다.
여수 입장에선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중차대한 경기에서 주장 김은지 9단이 결장한 후유증은 예상대로 매우 컸다. 여수는 모처럼 2지명 조혜연 9단이 상대 주장 김혜민 9단을 꺾는 수훈을 세웠음에도 앞선 1·2국에서 김수진·이나경 선수가 모두 패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패배한 여수는 포항과 자리를 맞바꿔 6위로 내려갔다. 자력 PS 진출이 불가능해진 여수는 이제 ‘경우의 수’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먼저, 현재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팀은 순위표 최상단에 위치한 평택 브레인시티(10승2패)를 포함해 1~3위 총 3팀이다. 나란히 8승4패인 삼척과 보령은 남은 2경기 중 1경기만 승리해도 자력 진출이 확정되고,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한다 하더라도 다른 팀들의 결과에 따라 PS 진출이 가능하다.
여수와 포항이 목표했던 곳은 7승5패를 기록하고 있는 부안 붉은노을의 4위 자리다. 여수를 잡고 5위로 올라선 포항은 7승6패가 되면서 만약 부안이 13라운드 경기에서 패한다면 순식간에 팀 전적 동률을 이룬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여수 또한 부안과 포항이 남은 경기를 모두 진다면 세 팀 모두 7승7패 타이를 이루는 상황을 노려볼 수 있다.
부안의 상대는 이번 시즌 크게 부진하며 1승11패, 일찌감치 최하위로 밀려난 신생팀 철원이다. 오더는 1국 강다정-윤라은, 2국 박소율-김상인, 3국 오유진-조승아(앞쪽이 부안) 대결로 짜였다. 3국에서 주장 맞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1국과 2국 모두 부안이 다소 우세하다는 것이 중론.
김은지 9단이 여수에 합류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김 9단은 한 번도 여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개인 전적은 화려했지만 팀 승리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PS에서 김 9단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여자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은 오는 23일 오후 8시 통합라운드로 진행한다.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3판 다승제 14라운드 더블리그(총 56경기, 168대국)로 순위를 가리고,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릴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우승 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장고는 각자 40분에 추가시간 20초, 속기는 각자 10분에 추가시간 20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