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묻지마 처방’ 심각…“불법유통·오남용 관리 강화해야”

비만치료제 ‘묻지마 처방’ 심각…“불법유통·오남용 관리 강화해야”

‘위고비’ 판매 위반 게시물 적발 12건
담낭질환, 장폐쇄, 췌장염 등 부작용 위험
“비만 환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기사승인 2024-10-23 12:08:25
서울의 한 약국에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입고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신대현 기자

비만치료제가 인기를 끌며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비만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약이 아닌 비만치료제로써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비만학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입수해 유통 거래하는 일이 발생해 국내 출시 첫 주 만에 오남용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밝혔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국내에 출시됐다. 출시 첫날부터 국내 유통사의 주문 서버가 다운되고, 병·의원 간 물량 확보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15일부터 21일까지 위고비 판매와 관련해 적발된 위반 게시물이 12건에 이른다. 앞서 국내에 출시된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수용체작용제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처방이 불가능한 치과나 한의원에서 불법 유통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에 식약처는 비만치료제의 해외직구 사이트 수입 통관을 차단하는 등 단속 강화에 나섰다.

학회는 “비만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시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항비만 약물 중 하나로 알려진 GLP-1 수용체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위고비가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인크레틴 기반 항비만 약물의 지속적인 국내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오남용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위고비는 식사 후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과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됐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식욕은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고도 비만 환자이거나,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질환을 보유한 성인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됐다.

학회는 “인크레틴 기반 항비만 약물을 비만병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등 적응증(사용범위) 외에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얻기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고, 의료기관에 입원하거나 사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사용하는 동안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의료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인크레틴 기반 항비만 약물은 비만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약물은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 변비,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이 있다. 담낭 질환으로 인해 담낭 절제술을 받을 위험이 높아지며, 장 폐쇄와 위 내용물의 배출 지연으로 흡입성 폐렴이나 췌장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학회는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 약물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약물의 적응증을 지켜서 치료 대상자인 비만병 환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적인 유통을 철저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국내 자료가 부족한 만큼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가야 한다”며 “항비만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고, 국민이 약물을 안전하게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지적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온라인 불법 판매 광고는 물론 정상체중 혹은 저체중임에도 비대면진료를 통해 구매한 후 남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면서 “위고비를 냉장 유통했을 때 보관 가능 기간이 6개월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소분해서 사용할 경우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후피임약도 비대면진료 처방 가능 목록에서 빠진 선례가 있다”라며 “식약처 홍보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적절한 접근 자체를 제도적으로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관련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수요자 맞춤형 오남용 방지 홍보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비만치료제 과대광고 자제 요청 공문을 22일 발송했다. 비대면진료 약물 처방 여부는 복지부 소관으로 복지부와도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식약처와) 협조하겠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