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파병’에 공격무기 지원 검토…야권 “남북대리전 변질”

‘北파병’에 공격무기 지원 검토…야권 “남북대리전 변질”

미 언론 “격전지에 북한군 투입 임박”
尹대통령 “우크라에 무기 지원 검토”
野이재강·김준형,전문가들과 긴급 토론회 개최
정세현 “北 파병 목적부터 규명해야”
이재명 “무기 지원, 전쟁에 직접 끼어드는 것”

기사승인 2024-10-28 19:58:49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측근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부대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인민군 특수작전군 사령관으로서 열병대오를 이끌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의 격전지 투입이 임박하자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야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특성과 파병 성격에 대한 명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매체들의 보도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측은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되었다는 증거로 북한 병사들이 참여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관련 의혹을 주장했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지난 23일 관련 정황을 조사하여 일부 사실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미국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일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파병설은 기정사실화됐다. 

이 소식이 국제사회에 알려지자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국장은 26일 북한군 병력 일부가 이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도착했으며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교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 북한군을 대거 배치해 전쟁 상황을 유리하게 전개하려는 전략을 세웠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나토를 접촉해 북한군의 파병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국정원과 국방부 외교부 고위관계자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에 참석해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북한군의 전쟁 개입 수준에 따라 방어용 무기에서 공격용 무기로 지원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24일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野 “파병 정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기 지원 논의는 위험”

야권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28일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한국 정부 및 정치권 반응 문제점과 대응 방향’ 토론회를 열고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설을 앞장서 기정사실화하고 국방부와 미국, 나토가 이를 뒤따르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한미일 공조가 우선돼야 할 사안인데 국정원이 먼저 입장을 내놓고 국방부가 따라가는 이상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파병 규모, 위치, 파병 성격 등 주요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전제로 신속히 무기 지원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北 군사적 파병 아닌 노동력 제공에 무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군의 파병 규모와 파병 목적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병력의 대부분은 러시아의 재건 및 경제 지원을 위한 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군사적 대응 보다는 경제적 지원 방안에 더 큰 무게를 두고 현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군사적 파병에 나설 동기가 불충분하다”며 “정부가 안보 위기를 과대 해석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남북관계에 미칠 파급력은…“남북 대리전 변질될 위험”

문제는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침이 남북대리전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우리의 살상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과 러시아군을 상대로 사용될 경우 남북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한국과 미국간 체결된 군수협정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정부가 이 부분을 무시한 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역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82%의 국민이 파병과 살상 무기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민심을 수용해 파병과 살상 무기 지원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무기 지원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무기를 제공하면 우리나라가 그 전쟁에 직접 끼어드는 것”이라며 “더구나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장병 파병 문제도 ‘참관단’이란 이름으로 슬쩍 보낼 생각인 것 같은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법에도 어긋나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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