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로에 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의협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투표에 부쳤다. 앞서 의협 대의원 103명은 임 회장이 여러 차례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의 명예를 훼손했고, 간호법 제정도 막지 못하는 등 의협 회원 권익을 침해했다며 탄핵안을 발의했다.
임 회장은 잇따른 막말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날 임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무거운 마음을 넘어 참담하다”며 “회장으로서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치열한 분투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강행과 의료농단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면서 “정부와 대통령실의 독선과 아집에 무력하게 막힌 저 자신이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라고 했다.
임 회장은 “이번 싸움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잘 보듬어주지 못한 점은 큰 실책”이라며 “젊은 의사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며 싸우고 있음에도 제가 진심으로 소통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상황에서 경솔한 언행으로 누를 끼친 점이 참으로 부끄럽다. 회장으로서 의협의 위상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원들께서 모아주신 전공의 지원금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분노한 나머지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 모든 SNS 계정을 삭제했으며,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회장의 품위를 지키겠다”고 피력했다.
전공의, 의대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인적 쇄신을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집행부의 모습을 보이겠다고도 했다. 임 회장은 “의료계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미래를 위해 세대 간, 직역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면서 “의협 회관을 드나들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전공의들, 의대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율하며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불신임 사태가 우리 내부의 갈등과 분열로 이어져선 안 된다”면서 마지막 기회를 준다면 세 가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사적인 자리를 포함해 어떤 상황에서든 언행에 주의하며 SNS 등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회무 진행에 대해 소상히 밝히며 투명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집행부가 되도록 하고, 인적 쇄신을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집행부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임시 대의원총회엔 224명의 대의원이 참석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되며, 의협은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보궐선거로 새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약 두 달간의 집행부 공백은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구성한 비대위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