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겨냥한 의료업계의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 자극적인 홍보 문구와 함께 각종 이벤트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술 남용,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데다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18일 성형외과 중개 온라인 플랫폼에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각종 성형 수술, 피부과 시술을 할인해 준다는 광고가 우후죽순 게재됐다. 여드름, 라식, 가슴, 라미네이트 보조개 시술부터 눈·코 성형, 양악수술, 지방 흡입까지 다양한 부위의 수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들은 저마다 “수능 끝, 외모 체크” “수험생들, 이제 샤프해질 시간이야” “캠퍼스 여신 되고 싶어?” 등과 같은 홍보 문구로 수험생들을 현혹하고 나섰다. 친구나 부모와 함께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동반 할인한다는 내용의 ‘제3자 유인’ 광고도 다수 발견됐다. 한 성형외과는 “2025년도 수험표를 가진 수험생과 동반 수술 시 부모님께도 혜택을 드린다”며 눈밑지방재배치, 눈썹하거상, 이마거상 수술 할인 이벤트를 내세웠다.
수험표 할인을 명시한 의료광고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할인, 불특정 다수에게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들은 성형 수술과 같이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하는 행위는 일부 예외로 인정되는 것을 알고, 악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비급여 진료비 할인은 환자 유인 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의료법 전문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대표변호사는 본지에 “비급여 시술은 의료기관이 할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의료법 위반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선 시장을 교란할 정도의 과도한 할인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데, ‘과도한 할인’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50% 깎는 건 과한 것 아니냐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의료법 위반이어도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과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꾸려 불법의료 광고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상황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 관할 보건소의 인력난 등으로 인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의료전문 대표변호사는 “환자 유치 행위로 볼 수 있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도 “강남의 경우 병원만 1000개가 넘는데, 광고 규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2~3명 정도 뿐이다. 신고를 통해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의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난립하는 의료광고 속에서 성형수술로 휩쓸리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성형외과 전문의의 경력,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상주 여부 등을 점검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성형외과 광고 문구는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미의 기준에 대해 지나치게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공부만 하던 학생들은 ‘수험표 할인’ 광고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상술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