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셔틀을 타기 위해 기다리던 장형란(70·여)씨는 셔틀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간표대로라면 오전 10시에 출발해야 할 자율주행 셔틀 ‘청계A01’이 20분 넘도록 정류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9시50분 서울 청계광장 셔틀 정류장에는 시민과 외국인 등 4~5명이 자율주행셔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 외국인 관광객은 “운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를 듣고는 발길을 돌렸다. 출발 예정 시각을 훌쩍 넘긴 뒤에도 셔틀은 출발하지 못했다.
이 셔틀은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toZ)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제작하고 서울시가 도입한 국내 최초의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이다. 지난 9월부터 청계광장에서 광장시장까지 왕복 4.8㎞를 순환하는 노선에 2대가 시험 운행 중이다.
약 30분이 지난 오전 10시20분, 다음 셔틀이 정류장에 도착했다. 안전관리자를 제외하면 승객 8명이 탈 수 있는 차량은 곧바로 만석이 됐다. 별도 예약 없이 일반 시내버스처럼 선착순으로 탑승하는 방식인 만큼 제시간에 도착했더라도 정원을 넘기면 다음 차량을 기다려야 했다.
셔틀 내부는 승객들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ㄷ’자형 좌석으로 구성됐다. 운전대와 운전석은 없었다. 대신 승하차문 옆에는 셔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와 비상시 차량을 제어하는 조작기가 설치된 안전관리자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셔틀은 각 좌석에 설치된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안내가 나온 뒤 출발했다. 안전관리자는 운행 방식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설명하면서도 시선은 전방에 고정한 채 승객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셔틀을 다섯 번째 타본다는 이수진(45·여)씨는 “운행 초반보다 승차감은 한결 부드러워졌다”면서도 “오늘처럼 운행이 지연돼서 뒤차를 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온 이다선(39·여)씨는 “승차감이 엄청 좋은 건 아니었다”며 “자율주행셔틀은 보편적인 이동 수단보다는 체험용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자율주행셔틀의 유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유료화 이후에도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는 무제한 탑승할 수 있으며 지하철·시내버스와의 환승 할인도 적용된다.
다만 자율주행셔틀이 기존 대중교통 체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시성을 확보하고, 실제 도로 환경에서도 승차감을 개선해 시민들이 일반 버스처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이날 운행 지연 원인을 ‘통신 연결 지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는 “점검을 마친 뒤 현재는 정상 운행 중”이라며 “고장이라기보다는 실증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운행 중에는 무단횡단하는 보행자와 끼어드는 차량으로 인해 여러 차례 급정거가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제동에 승객들의 몸이 앞으로 쏠리기도 했다. 안전관리자는 “청계천 도로 여건상 무단횡단자와 끼어드는 차량이 많아 급정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차량 측면과 전·후면에 설치된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하면 즉시 정차하도록 설계돼 있어 안전띠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계A01 셔틀을 처음 타봤다는 고다원(11·남)군은 “덜컹거림과 급정거 때문에 승차감은 기대보다 좋지 않았다”며 “경험 삼아 한 번 타본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팽주영(11·남)군은 “전에는 급정거가 더 심했다. 지금도 오토바이가 끼어들거나 자동차나 사람이 차 앞뒤로 지나가면 갑자기 멈추는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별도로 요금을 내야 한다 해도 또 타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현 운행 방식을 ‘전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단순히 체험형 운행에 치중하기보다 기술 고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사람이 운전하는 수준의 70~80%까지 기술을 끌어올린 뒤 일반 차량과 함께 도로를 달리는 실차 운행을 통해 충분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며 “시험 운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개선하면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자율주행셔틀을 생소하게 느끼는 시민이 많은 만큼 지금처럼 체험형 운행을 통해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