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78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조8261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 6월(4조1378억원)부터 두 달 연속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617조4287억원으로 6월 말(615조1456억원)보다 2조2831억원 불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모기지신용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섰음에도 부동산 매수 수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 역시 110조484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조378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연간 대출 여력도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중 2곳은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이미 초과 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은행들도 한도 소진 속도가 빨라 2곳은 소진율이 90%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1곳 역시 남은 한도가 4000억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 들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대출 한도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면서,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 등 추가 수요 조절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증시로 향했던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돌아가는 ‘역머니무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지난달 고점 대비 2000조원 넘게 증발하는 등 장세가 요동치면서다. 이달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는 5% 넘게 하락하며 전 거래일(7월31일) 급등 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투자자 예탁금은 104조65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4일 139조6948억원으로 투자자 예탁금 최고치를 기록한 지 약 두 달 만에 35조원 넘게 줄었다. 지난달(129조8417억원)보다 20조원가량 급감했다. 전쟁 악재가 터졌던 3월(119조6237억원)과 비교해도 10조원 적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대기 자금으로, 해당 자금이 많을수록 증시 유동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예탁금이 줄어들면 증시의 체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7월 한 달 동안에만 8조4043억원 줄어든 28조 9350억원에 그쳤다. 지난달 1일(37조3393억원)보다 8조4043억원 감소한 규모다.
증시를 이탈한 자금은 정기예금으로 몰려들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74조3490억원으로 6월 말보다 24조9492억원 증가했다. 2022년 10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은행들이 연 3%대 예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 자산의 부동산 쏠림을 해소하고 주식 등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해 증시로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정책도 추진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와 예금으로의 자금 회귀 현상이 맞물리면서, 정책적 기대와 현실 간 괴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책에도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는 데다, 증시 이탈 자금까지 예금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며 “이미 대출 목표치를 채운 은행이 속출하고 있어 하반기 가계대출 문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