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의 티타임에 초대] 그 다음날 아침
80년 봄, 남편과 나는 처음 만났다. 벚꽃축제가 한창이던 4월이었고 우리는 대학 2학년이었다. 만난 지 한 달이 채 안 되어, 꽃이 진 자리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아래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동기들은 뜬금없는 전보를 받았고 가장 친했던 친구가 안도의 눈물을 터뜨린 전보엔 ‘부친무사’라고 쓰여 있었다. 믿기 어려웠지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는 크기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꽃과 젊음에 설레던 우리들은 서투른 동지처럼 광화문과 서울역에서 뭉치고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 이... [최문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