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직장인 강모(35·남)씨의 평생 고민은 탈모다. 항상 나이 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것조차 스트레스다. 여기에 두피에 염증까지 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결국 고심 끝에 파격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인 병원을 찾아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기존에 있던 두피 염증이 심해지고 점점 더 많은 양의 모발이 빠지기 시작했다. 곧 좋아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상태는 쉽게 낫지 않았다. 결국 다른 모발이식 병원을 찾은 강씨. 두피에 있는 염증 치료가 선행되지 않는 한 모발이식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탈모는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이른바 국민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환자는 누적 1000만 명에 이르고 여성 환자가 증가했으며 환자의 연령층은 20~30대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은 여성과 젊은 20~30대 층의 탈모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탈모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는 모발이식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나고 모발이식 병원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무분별한 시술도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모발이식을 해도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임에도 본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하고 시술을 받았다가 효과는커녕 금전적·정신적 피해만 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규호 모아름 모발이식센터 원장은 “탈모 환자라면 누구나 모발이식 수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모발이식 수술은 두피의 상태, 탈모의 형태, 생활 습관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한 후 결정되는 것인 만큼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피에 염증 질환이 있다면 수술 어려워… 염증 질환 특성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 그렇다면 탈모 환자임에도 모발이식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염증성 두피 질환이 있다면 모발이식 수술이 불가능 할 수 있다. 다만 모낭의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모낭염, 과도한 피지 분비로 인한 지루성 두피염 등 단순한 염증 질환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홍반성 낭창(루푸스)과 같은 염증이 있다면 모발이식 수술이 불가능하다. 홍반성 낭창은 피부 병변에 선명한 홍반이 생기고, 각질이 고착하며, 색소침착, 색소탈실 등을 수반한다. 피부에 국한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전신 증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홍반성 낭창은 유전성인 항체생산능력의 이상을 바탕으로 자외선 조사, 감염증, 임신, 출산 수술, 약물 알레르기,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으로 나타나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모발이식 수술을 하더라도 생착률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병의 진행 속도와 발병 증세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발이식 수술을 시도하는 자체가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다.
◇원형탈모 초기, 재발률 높아 모발이식 수술 무의미= 탈모의 형태도 모발이식 수술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직경 1~5㎝의 경계가 명확한 원형 또는 난원형 탈모인 원형탈모는 여러 면에서 변수가 많다. 별다른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이 되기도 하고 영구적인 탈모로 남기도 한다. 또한 하나만 생기거나 여러 개가 생기기도 하며, 크기가 커지기도, 커지면서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
이처럼 원형탈모는 증상의 발전 및 회복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모발이식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규호 원장은 “원형탈모는 일정 기간 회복이 안 되는 기간이 있고 원형탈모 환자의 50%는 첫 발병 후 1년 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형탈모 초기, 즉 활동기에 모발이식 수술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만약 원형탈모가 진행된 지 5, 6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탈모 부위의 크기 변화도 없다면 활동기가 지났다고 판단해 모발이식 수술이 가능하다.
◇발모벽 있다면 수술 전 반드시 치료해야… 수술 결정 시 전문가와의 상담 필수= 생활습관도 고려 대상이다. 만약 발모벽 증세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발이식 수술 자체가 불필요하다. 발모벽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심한 경우 아무 이유도 없이 머리카락을 억지로 쥐어 뜯는 습관으로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따라서 모발이식 수술을 할 거라면 수술 전, 발모벽 치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발모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습관적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거나 돌돌 말아 뽑는 습관이 있는 사람 역시 수술 전 개선이 필요하다.
이처럼 모발이식 수술은 탈모 증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탈모의 형태, 두피의 상태, 생활습관 등 다양한 부분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고려한 후 신중한 선택을 해야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병원들 중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과대, 과장광고로 환자를 현혹시켜 무분별한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에 이 원장은 “모발이식 수술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모발이식 전문가와의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식할 수 있는 모낭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한정적인 만큼 재수술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탈모인, 모발이식 수술 전 이것만은 꼭 체크하라!]
1.두피의 염증부터 치료하라!= 일단 염증의 성격부터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모낭염, 두피염인지 전신성으로 발전이 가능한 홍반성 낭창인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더불어 수술 전 염증 치료부터 완벽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2.탈모의 종류, 형태, 진행을 살펴라!= 원형탈모라면 모든 면에서 예측이 불가하다. 특히 재발확률이 높기 때문에 5, 6년 이상 탈모 부위의 변화가 없지 않는 이상 섣부른 수술 결정은 금물이다. 만약 원형탈모 초기임에도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3.못된 습관을 고쳐라!= 성공적인 모발이식 수술을 하고 싶다면 못된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습관적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거나 돌돌 말아 뽑는 등의 습관이 있다면 무조건 고쳐야 한다.
4.병원을 선택할 땐 꼼꼼히 따져라!= 모발이식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인지, 값싼 가격만 내세우지는 않는지, 이미 수술을 받은 환자의 예후는 어떠한지 등 다방면을 꼼꼼하게 따져 본 후 선택해야 재수술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