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여름 다 지났는데 여전히 땀 흘린다면…

우리 아이가 여름 다 지났는데 여전히 땀 흘린다면…

기사승인 2012-09-14 08:38:01

[쿠키 건강] 신나게 뛰어놀았거나 무더위로 아이의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면 정상이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체표면당 땀샘의 숫자가 2배 이상 많고, 성장기에 있는지라 신진대사도 어른에 비해 활발하다.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어른보다 더 많은 양의 땀을 흘린다.

하지만 추석을 바라보는 요즘, 아이가 여전히 땀을 흘린다면 단지 더위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땀은 아이에게 숨겨진 증세를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아이의 땀 흘리는 유형에 따라 어떤 증세가 의심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보자.


◇유독 손·발이 축축한 아이= 조금만 손을 잡고 걸어도 금세 손이 축축해지는 아이들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손발에서 나는 땀은 몸의 진액이 위장에 몰렸다가 과도한 열이 이를 억눌러 손발로 넘쳐 나와 땀이 많아진다고 봤다.

이런 땀을 한방에서는 흔히 ‘양명증’이라고 하고, 위장의 열을 식혀주는 시호, 황금 등의 약재로 구성돼 있는 대시호탕 등의 처방을 사용한다. 딱히 더운 것도 아닌데 다른 부위에 비해 유독 손과 발에서만 땀이 날 경우는 위장 쪽에 열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번쯤 소아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잠들 때 지나치게 땀 많이 흘리는 아이= 머리는 모든 따뜻한 기운이 모이는 곳으로 나쁜 기운과 양기가 부딪치면 진액이 위쪽으로 넘쳐 머리에 땀이 많이 나게 된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만성적인 식체(食滯)로 인해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만성 식체는 흔히 음식을 먹고 체했다고 하는 상태가 오래가는 것을 말하는 말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식적(食積)’이라고 한다. 식적이 있으면 음식물의 나쁜 기운이 몸 안에 쌓여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잠들 때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식적의 한 증상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장을 위해 양(陽)과 열(熱)의 기운이 많기 때문에 잠잘 때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 옷을 두세 번 갈아입혀야 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하고 변을 동글동글 염소똥처럼 보고, 입 냄새·대변 냄새가 고약하고, 콧물·코막힘 증상까지 오래간다면 잠자리에서 흘리는 땀을 무심히 바라봐서는 안 된다.

윤창호 아이누리한의원(광주점) 원장은 “식적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고, 찬 음식 단 음식 등을 많이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수유를 떼야 할 유아가 고형식보다 우유나 두유 등으로 배 채우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이런 증상에 습담을 없애는 백출, 창출 등의 약재를 사용해 치료한다.

◇겨드랑이, 가슴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아이= 다른 곳에서는 땀이 나지 않고 가슴이나 겨드랑이 부위 혹은 등 부위에서만 땀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심한(心汗)이라고 하며 심장에 쌓인 과도한 열이 원인이 된다.

심장의 열(속열)은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등의 심리적인 긴장으로 많아지게 되는데, 아이들의 경우 늦게까지 깨어 컴퓨터나 TV시청을 많이 했거나, 혹은 조기교육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아의 경우라면 놀라거나 다친 후에 이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윤창호 원장은 “이런 경우 겨드랑이나 가슴부위에 땀 이외에도 잠을 잘 못자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통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장의 열이 많아 땀이 많은 증상에는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작용이 있는 백복령이나 황련 등의 약재를 사용하는 처방을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는 아이= 땀을 흘릴 만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때 흘리는 땀은 모두 병적인 땀으로 봐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아이가 땀을 흘리고 있다면 소아 다한증을 의심하기도 한다. 소아 다한증은 땀 분비가 정상적인 체온조절의 범위 이상으로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 혹은 전신에 많이 나는 것을 말한다.

한방에서는 폐장과 비장 등 신체의 주요 장부 기능이 약해지면 외부의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 과도한 땀을 흘리게 되는 것으로 본다. 특히 폐의 기운이 약하면 체표에서 기운을 가두지 못하고 흘러나가게 되는데 땀이 흐르는 것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서 놀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게 된다. 한방에서는 폐의 기운을 올려줄 수 있는 황기나 인삼 등의 약재가 사용되며 여름철에 삼계탕에 인삼, 황기 등이 사용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폭염이 심했던 지난 여름, 아이가 과도하게 땀을 많이 흘려 입맛도, 기력도 없다면 가을 보약으로 원기와 진액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날이 선선해진 요즘 여전히 땀을 많이 흘린다면 일교차나 기온차가 심한 때 갑자기 땀이 식으면서 환절기 감기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아이가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폐를 튼튼히 보하고 면역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 보약을 복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윤창호 아이누리한의원 광주점 원장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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