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탈모는 이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는 국민 질환이 됐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탈모 질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탈모 환자는 24.8% 증가했고, 특히 여성 환자의 증가율은 남성 환자에 비해 20% 이상 높아졌다.
또한 남성에게 여성형 탈모가 나타나고, 여성에게 남성형 탈모가 나타나거나 원형탈모의 형태를 보이는 등 유형을 예측하기 어려워 환자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이규호 모아름 모발이식센터 원장(미국모발이식전문의)은 “탈모는 증상 유형에 따라 치료법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성형, 여성형, 원형 등 유형별로 다른 특징 나타나= 탈모는 유형별로 크게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탈모로 나뉜다.
안드로겐성 탈모로도 불리는 남성형 탈모는 유전적인 원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대사산물 중 하나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의 과다 분비가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보통 20, 30대부터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며, 탈모가 진행되면 이마와 모발의 경계선이 뒤쪽으로 밀리면서 양쪽 머리가 M자 모양으로 이마가 넓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여성형 탈모는 이마의 헤어라인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부위 위주로 탈모가 시작된다. 25~30세부터 나타나며, 모발이 가늘고 짧아지면서 가르마 부위가 엷어진다. 또한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만성적으로 가늘어지고, 전체적으로 빠지면서 크리스마스트리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탈모의 정도가 가벼워 완전한 탈모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정서적인 문제는 남성에 비해 심각하다.
원형탈모는 말 그대로 원형의 모양으로 모발이 갑자기 빠지는 증상으로, 심한 경우 모발 전체가 빠지고, 드물게는 두피뿐 아니라 눈썹, 음모, 체모가 빠지기도 한다. 원형탈모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여러 면에서 변수가 많다. 별다른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이 될 수도 있고 영구적인 탈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형탈모는 스트레스 등의 외부 요인이 증상 악화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유형별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 선택해야… 모발이식 수술 시 신중한 결정 중요= 탈모 증상의 유형은 이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안드로겐성 호르몬은 신장 옆에 위치한 부신에서도 분비가 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여성임에도 남성형 탈모가 나타날 수 있고, 남성 역시 식습관의 변화,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원인으로 여성형 탈모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증상을 파악한 후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남성형 탈모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피나스테리드 제제의 먹는 약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을 사용하는 것이다. 프로페시아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유일한 경구용 치료제인 만큼 하루 한 알씩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탈모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임기 또는 임신 중의 여성이라면 약의 성분이 남성 태아의 생식기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피나스테리드 제제를 복용하거나 만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성형 탈모에는 먹는 약인 사이프로테론(cyproterone acetate)과 바르는 치료제인 미녹시딜 등의 치료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원형탈모의 치료는 모낭 주위 염증의 억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소 스테로이드를 주사하거나 미녹시딜 등 바르는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초기 치료시기를 놓쳤다면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모발이식 수술은 가장 효과적인 탈모 치료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규호 원장은 “모발이식 수술은 단순히 이식 모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피의 상태, 탈모의 진행 상태, 모발의 굵기, 방향, 디자인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하는 세심한 수술이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정확한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특히 원형탈모는 일정 기간 회복이 안 되는 기간이 있고, 환자의 50%는 발병 후 1년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형탈모 초기, 즉 활동기에 모발이식 수술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낭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한정적인 것인 만큼 재수술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