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수술, 예뻐지려다 인생망쳐

양악수술, 예뻐지려다 인생망쳐

기사승인 2013-02-18 14:00:01
[쿠키 건강] 이제 곧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김민정(22렛?씨. 평소 튀어나온 아래턱이 콤플렉스였던 김씨는 최근 대학병원을 찾아 양악수술에 대해 상담 받았다. 교수는 교정만으로도 부정교합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번 기회에 얼굴 윤곽까지 바꾸고자 양악수술을 결심했다. 개학이 2주밖에 남지 않아 이 시기를 놓쳤다가는 언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수술대에 올랐다. 반대하던 부모는 취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설득했고 비용은 1년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


김 씨처럼 부정교합 치료와 성형수술을 동시에 하고 싶은 이들에게 양악수술이 인기다. TV를 틀면 수술 후 몰라보게 예뻐진 연예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주부잡지만 펴도 양악수술 의료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양악수술은 새로운 성형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실질적으로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양악수술에 대한 문의가 전년대비 20% 이상 늘었다.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교정 치료 상담 시 환자가 먼저 양악수술을 요청하는 사례 역시 증가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뼈를 깎는 고통보다도 우선이라는 얘기다.

성형외과가 양악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수술에 성공한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반인의 수술건수가 급증했다. 여기에 양악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개원의가 늘어나면서 양악수술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치과 양병은 교수는 “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치아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극소수다. 특히 기능적인 부분만을 따졌을 때 양악수술에 적합한 환자는 부정교합이 있는 10명 중 1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광고와 마케팅의 여파로 비율과 기준을 완벽히 맞추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양악수술은 굉장히 고난이도의 술기를 필요로 하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대중화된 양악수술이지만 위험성은 암수술에 뒤지지 않는다. 수술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물론 자칫하다가는 부작용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고 얼굴부위의 신경이 손상되면 씹기와 말하기, 미각, 온도감지 기능이 저하된다. 지난 2011년에는 양악수술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한 여성이 사망했고 지난해에는 양악수술의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여대생이 자살하기도 했다.

성형수술에 대한 부작용은 물론 재수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양악수술은 얼굴의 주요 신경이 지나가는 위, 아래턱의 뼈를 다루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감각이 돌아오지 않거나 턱관절 장애와 부정교합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성형수술의 특성상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지극히 주관적이다 보니 맘에 들지 않으면 재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를 경우 환자는 처음 성형수술을 결심했을 때보다 더 쉽게 재수술을 결정한다.


양 교수는 “모든 수술이 그렇듯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손상 받은 신경은 그 어떤 치료를 한다 해도 정상을 회복하기 어렵다. 가격이 싸고 연예인이 시술받았다는 말에 무턱대고 양악수술을 받았다가 얼굴부위의 신경이 마비되거나 자신이 예상했던 모습과 달라 재수술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고치지 않아도 되는 곳을 무분별하게 수술하는 것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성형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는데 있다.‘여기만 수술하면 더 괜찮을텐데’라며 쉽게 여기다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중독의 대표적인 특징이 자신은 절제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이라며 “누가 보기에도 예쁘고 멀쩡한데 유독 자신만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성형수술 전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성형수술로 삶이 바뀌고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것 같지만 수술을 하고난 뒤 기대하던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허탈감에 다시 수술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과도한 성형수술도 일종의 정신적 문제로 본다. 내성과 금단이라는 중독의 두 가지 특징이 성형중독에서도 나타나기 때문.

멀쩡한 외모에도 코가 비뚤어졌고 얼굴이 비대칭이라며 수술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정신장애의 일종인 신체 추형 장애로 분류한다.

또 지나친 성형은 인공적으로 변해가는 외형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우울과 불안, 대인기피, 불면 등의 정신증상을 유발하고 심하면 강박증과 인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장애가 생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유미 기자 yumi@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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