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대다수 서울시내 특1급 호텔들이 수익성과 운영상의 문제를 들어 한식당 영업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호텔 매출 다각화에 기여하거나 호텔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 특1급 호텔들도 있다.
매년 정부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한류를 통한 관광산업의 성장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급호텔의 한식당 운영이 단골 메뉴로 언급되지만 실제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한식의 세계화 성적은 매우 저조하다.
그동안 특급호텔의 한식당 활성화를 위해 등급심사 과정에서의 가점 적용, 정책자금 지원, 식자재 유통과정 개선, 전문인력 육성 지원 등 각종 규제와 혜택을 제시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1급 호텔들이 한식당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한식은 찬의 수가 많고 서빙의 횟수도 많아 손이 많이 간다. 특급답게 식재료는 최고급 국내산을 사용해야 하는데다 한식은 숙성, 발효가 기본이기에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많이 들어간다. 인건비와 식재료비가 높아 자칫 본전 회수도 어렵다는 게 호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오히려 무리한 운영이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호텔 이미지만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고객 선호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데 있다. 특급호텔엔 외국인 투숙객이 많지만 단체 관광객들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고 개별 여행객들은 자국식이나 호텔 외부의 숨은 맛집을 찾는다. 내국인의 수요가 오히려 많아 특급호텔 한식당 운영의 상징성도 떨어진다.
이와 함께 외국 체인 호텔의 외국인 총지배인과 쉐프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 부족과 한식 전문인력의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이러한 어려움에도 성공적으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도 있다. 현재 서울에는 메이필드호텔(강서구 외발산동), 롯데호텔(중구 소공동), 쉐라톤워커힐호텔(광진구 광장동), 르네상스호텔(강남구 역삼동) 4곳이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식당 ‘낙원’과 한정식당 ‘봉래헌’ 두 곳을 운영중인 메이필드호텔은 대표적인 한식당 운영의 성공 사례다. 갈비전문식당 ‘낙원가든’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면서 처음부터 주변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한식을 호텔의 주요 콘셉트로 정했다. ‘봉래헌’의 경우 인간문화재 이일구 대목수가 전통방식으로 지어 건축학적인 의미도 크다. 입으로 즐길거리, 눈으로 볼거리가 많아 내외국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메이필드호텔의 한식당은 호텔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할 정도. 고도제한으로 호텔의 객실수가 많지 않은 입지를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올해는 동남아 지역에 최고급 한식당 한 곳을 오픈해 본격적인 세계시장 공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롯데호텔의 경우 외국인을 타깃으로한 세련된 스타일의 정통 한식을 콘셉트로 2010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50억원을 들여 리뉴얼해 운영중이다. 지하에 위치한 한식당 ‘무궁화’를 아예 38층 VIP라운지로 자리를 옮겨 서울 중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주요 고객층도 단품 위주의 쇼핑객들에서 외국인 중심의 비즈니스 접대 고객으로 달라졌고 매출액도 2.5배 증가했다.
쉐라톤워커힐호텔에는 숯불구이 전문 ‘명월관’과 궁중요리 전문 ‘온달’이 있다. 또 호텔 내 김치연구소와 한식 R&D센터를 오픈해 메뉴 개발과 더불어 한식 조리법, 운영 매뉴얼, 주방 시스템 등을 연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과 여성 고객의 방문이 많다.
르네상스호텔 한식당 ‘사비루’는 유독 강남 단골 고객이 많다. 세계한식경연축제 대상을 받은 실력 있는 요리팀이 팔도의 특색이 담긴 다양한 한식 메뉴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전통과 대중성을 접목해 직장인을 위한 점심 메뉴부터 정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상견례 고객의 방문이 많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들 호텔처럼 성공적으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특급호텔은 모두 경영진의 한식 사랑과 한식당 운영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됐다”면서 “장기적 안목의 시설투자, 일정 수준의 내국인 수요 확보 노력, 과감한 운영시스템 개선, 한식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해 얼마든지 한식이 특급호텔의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