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라는 속담과 비슷한 사연에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있다. 한 남성이 주차장 입구 모퉁이에 걸려 어쩔 줄 몰라 하던 여성 운전자를 도와줬다가 책임을 질 뻔 한 것이다.
5일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배은망덕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 높은 조회수를 기했다. 여기엔 당사자들이 주고 받은 문자를 캡처한 사진도 있었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이날 아침 스포츠센터 지하 주차장에 진입하던 중 차량 한 대가 코너 모퉁이에 걸려 낑낑대고 있었다”라며 오전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바쁜 출근 시간대라 차량들이 밀리기 시작했고 경적 소리가 울렸다”면서 “나도 언제 차를 빼나 기다리고 있는데 여성 운전자 B씨는 왔다 갔다 하다가 이내 가만히 있더라. ‘멘붕(정신적 공황)’이 온 듯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무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기에 같은 차종이기도 해서 도와주기로 했다”면서 “B씨에게 ‘이미 차량 뒷문이 모퉁이에 찍혀 있어 바로 나올 수는 없다’고 말한 후 차량을 약간 앞으로 전진했다가 후진으로 뺐다. 빼면서 접촉부위에서 소리가 났다. 다행히 접촉면이 고무로 몰딩이 돼 있어 살짝 흠집이 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자신에게 책임을 따지는 B씨의 행동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에 따르면 B씨는 차를 뺄 때 접촉이 일어나자 차량트렁크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고, 차량을 뺀 후에는 다짜고짜 A씨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A씨는 “주위 차들이 무섭게 ‘빵빵’ 거려서 어쩔 수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적었다.
같은 날 A씨는 B씨로부터 몇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빼내는 과정에서 차량의 문이 손상됐으니 둘 다 과실이 있다’라는 내용. 마지막에는 ‘알아보고 연락 달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에 A씨는 “순간 황당해서 정신이 멍해졌고 괜한 짓을 했구나 싶었다”며 “궁지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나에게 과실이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니 화가 난다”며 감정적인 어조로 B씨를 비난했다.
이어 “약간의 흠집이어서 몇 만원이면 될 것 같아 액땜했다 치고 몇 만원 주려했더니 몇 분 후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이 왔다”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찝찝하다. 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들이 있어 피해가 없었지만 황당한 일을 겪을 뻔했다. 앞으로 어떤 사고가 나든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겠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체로 B씨를 비난했다. 이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게 이거구나” “곤경을 벗어나게 도와주면 곤경의 책임까지 돌려 버리니…”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여성분들만 손해” “수리 금액이 컸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듯”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반면 “B씨가 보낸 문자 내용이 사실이라면 A씨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법률적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 네티즌은 “B씨의 차량이 모퉁이에 이미 접촉된 상태더라도 A씨가 빼내는 과정에서 차량의 손상을 가중시켰을 경우 과실이 발생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외에도 “B씨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A씨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남의 차 운전대는 어떤 경우라라도 손을 대지 않는 게 답” 등의 중립적인 의견도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