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초진료와 노인정액제 적용 상한금액과의 격차가 1000원에 불과해, 초진 후 주사를 처방하거나 재진 뒤 물리치료만 시행해도 진료비 1만5000원 선을 훌쩍 넘게 된다. 그런데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노인 의료비 지원을 안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정부가 노인 외래 정액제 개선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가 제도개선을 공언, 기대감을 한껏 높여왔던 상황이어서 허탈감이 더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노인외래 정액제 개선을 보류하는 것은 노인의 의료접근성을 저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복지부의 노인정액제도 유지 선언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노인들이 큰 경제적 부담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정책방향이 되어야 함에도, 보험재정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져버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됐고, 당시 복지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면서 ""이제 와 말을 바꾸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상한금액 14년째 동결…진료비 할인혜택 '그림의 떡'
노인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금 정액제는, 노인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발생한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인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을 정액(1500원)으로 징수하도록 한 제도다.
총 진료비의 30%를 본인부담하는 일반 가입자와 달리, 정액제 적용 구간에서는 어떤 치료를 받던 간에 15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노인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해당 제도는 1995년 70세 이상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첫 도입됐으며, 2000년 65세 이상으로 수혜 대상을 넓혀 현재의 모형이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진찰료 인상 등 대외적인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노인정액제 적용 상한금액 기준이 14년째 '1만5000원'으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제도시행 초기에는 적지 않은 노인 환자들이 정액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14년간 진료비가 점진적으로 오르면서 대부분의 진료비가 '1만 5000원' 상한선을 넘게 돼, 진료비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회 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에 따르면 진료비 상한선을 넘겨 노인정액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노인환자 수는 2008년 340만 4000명에서 2012년 430만 7000명으로 무려 26.5%가 늘었으며, 노인정액을 적용받지 못한 진료건수도 같은 기간 1955만 4000건에서 3035만 8000건으로 55.3%가 증가했다.
진료비 정액구간을 넘어설 경우에는 노인환자라 할지라도, 일반 환자들과 동일하게 총 진료비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라면 1500원만 내면 되지만, 총 진료비가 1원이라도 많아지면 본인부담금이 4500원 이상으로 3배 가량 뛰어오르게 된다.
◇""재정 부담이유로 무조건 포기?"" 국회도 비난
특히 올해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의 초진료와 노인정액제 적용 상한금액과의 격차가 불과 1000원으로 좁혀졌다. 초진 후 주사를 처방하거나 재진 뒤 물리치료만 시행해도 진료비 1만5000원 선을 훌쩍 넘게 된다. 정액제 혜택을 받는 일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제기가 있어 왔다.
최동익·양승조 의원 등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노인환자 외래 정액제 상한금액이 10년 이상 동결되면서, 노인들의 의료비를 지원한다는 본래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고, 이에 문형표 장관은 상한금액 개선 필요성에도 공감,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후 복지부는 국회에 올해 상반기 관련 재정추계 및 제도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하반기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최동익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가 추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제도 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재정이 문제라면 다른 해법을 모색할 일이지, 무조건 포기선언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 측은 ""정액 기준금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한편, 현재 단층 체계로 고정되어 있는 본인부담금 정률 단계를 초과금액에 따라 10%, 20%, 30% 등으로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잘못된 제도를 고쳐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복지부를 독려,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고신정 기자 ksj8855@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