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병기 기자] 보건의료계가 직역간 갈등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한방 갈등에 이어, 이번에는 '약사 만성질환관리'를 놓고 약계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약사회 기관지인 A매체가 개설한 '약사 만성질환관리 전문위원 교육'. A매체는 약사들을 대상으로 주요 만성질환의 원인과 증상·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 과정을 수료한 경우 만성질환관리협회의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만성질환관리 전문위원으로 위촉키로 했다.
교육은 총 13주 과정으로 이뤄지며, 면허를 소지한 약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과정은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의 교육담당 의사들이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돼있다.
▲당뇨병의 진단과 치료 ▲심장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 ▲고혈압 진단과 치료 ▲관절염의 진단과 치료 등이 대표적으로, 13개 강의의 가운데 약국 만성질환 상담과 직접 관련된 주제는 마지막 특강으로 잡힌 '약국에서의 만성질환 상담과 관리과정' 정도다.
◇의료계 ""약사에 진료참여 등 의료행위 조장...명백한 불법행위""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약사들이 만성질환을 진단·치료한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주장.
대한의사협회는 4일 ""약사회 측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은 만성질환의 진단과 치료 등 의사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에 해당되는 과정""이라며 ""교육과정의 의도와 목표가 약사들로 하여금 불법적이고 비도적인 진료참여 등 의료행위를 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약사는 의료법상 의료인도 아니며, 당연히 약국은 질병을 예방·진단·치료하거나 건강상담과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만성질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의사 고유의 역할이자 법에서 허용된 의사들의 의료행위""라고 강조하고 ""약사회측에서 이번 교육과정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고발 등 법적 제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도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의사회는 ""진료자격도 없는 비의료인인 약사가 몇 주간 만성관리교육을 이수했다는 이유로 전문위원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A매체는 지금이라도 교육과정 실시를 중단해야 하며, 약사회 또한 의료인의 영역을 침범하고자 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사회 ""이슈를 위한 이슈…공부를 막는 법이 어디 있느냐""
약사회는 의료계가 교육과정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석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약사들이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전문지식을 쌓아 환자들에게 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는 의약품의 최고 전문가로서, 의약품을 통해 환자의 질병이나 상황을 관리해줘야하는 입장""이라며 ""복약지도와 매칭해 질병이 이런 기전을 통해 나온다는 등을 설명,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권을 지켜주자는 취지인데 무조건 비난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약사가 이를 통해 의료행위를 하겠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만성질환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저촉을 받는 부분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생활습관병은 상시성을 갖고 환자 질환을 관리해야하는 것으로, 약사들이 관련 정보를 알고 설명해주는 일이 정말 나쁜 일인지,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해당 매체는 당초 4월 4일로 예정되었던 개강일정을 잠시 미뤘다. 의협 선거 등 의료계 이슈에 맞물려 교육의 의미가 왜곡돼, 일정을 잠시 유보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A매체 관계자는 ""회장 선거 등 의료계 내부 상황으로 이 문제가 이슈를 위한 이슈로 왜곡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의료계의 분위기에 휩쓸려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교육일정을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의사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고신정 기자 ksj8855@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