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천연물신약에 대한 논란이 지난 몇 년 동안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한층 거세졌다.
반면 일부 천연물신약은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등극해 제약사의 효자상품이 됐으며, 해외 임상을 통해 글로벌화도 모색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천연물신약에 대한 발암물질 검출·유효성에 대한 신뢰 저하와 제약사들의 관심·개발 의욕은 얼마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지, 또 향후 천연물신약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될지 조명해봤다.
◇도마 위에 오른 천연물신약
그동안 천연물신약은 정책과 제품에 대한 문제점 등이 제기되면서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12년 대한한의사협회는 천연물신약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라며 국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다. 이는 법정으로도 이어져 한의사협회와 식약처의 천연물신약 고시무효소송은 지난 8월 20일 항소심에서 원심과 배치되는 결과를 도출하며 장기화를 예고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천연물신약이 신약허가기준에 못 미치는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심사를 받거나, 1상과 2상의 일부가 면제돼 안전성과 유효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정책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최근 논란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감사원은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의 제품화 성과와 글로벌 성과가 미흡했고,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데도 공정개선 요구 등 사후관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 등에게 천연물신약과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은 1조 4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며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및 주요 책임자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피력해 향후 파장을 예고했다.
◇제약업계 관심은 여전히 높아
반면 천연물신약 개발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최근 발간한 '한국제약산업연구개발백서 2015'에 따르면 41곳 주요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 분야는 화합물신약이 65.9%로 가장 높았고, 천연물신약 53.7%, 바이오신약 46.3% 순으로 뒤를 이었으며, 향후에도 천연물신약에 대한 영역을 확대(56.1%)할 것으로 집계됐다.
또 35개사가 보유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255건 중 유효물질유래를 분석한 결과, 천연물유래 신약 파이프라인은 55품목으로 21.6%의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녹십자, 대원제약, 동아ST 등 국내 제약사들은 위염, 알츠하이머, 비만, 치주염, 기관지염 등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천연물신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아ST의 당뇨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은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임상 허가를 받아 올해 상반기 임상 2상을 마쳤고 모티리톤의 미국 임상 2상도 2016년 완료를 앞두고 있다. 영진약품도 COPD치료제 YPL-001의 미국 임상 2상a를 진행하는 등 해외 기준에 맞춰 연구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출시된 천연물신약도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녹십자가 2011년 출시한 신바로는 삼성서울병원 등 19개 기관에서 3상을 확장하는 개념의 4상을 진행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2015년 국제골관절염학회(OARSI)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진출하려면? "수준 높여라"
이처럼 제약업계가 의욕적으로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와 맞물려 오는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될 경우 정책, 혜택 등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계와 제약업계 등에서는 천연물신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원 대한의원협회 고문은 "기술이 축적됐다지만 천연물신약은 어떤 성분에 의해 효과가 발현하는지 불명확하다"면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효과가 불명확한 약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지원과 혜택으로 제약사들이 천연물신약을 손쉽게 만들고 허가를 받아 매출을 올리다 보니 제대로 된 신약개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신약처럼 약가도 높게 쳐주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굳이 리스크가 많은 신약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천연물신약 개발 제약사의 연구소장은 "천연물신약에 한정돼 특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제약사의 R&D를 장려했고 천연물신약은 그중 하나"라며 "천연물신약이 개발 가치가 있는 영역인 것은 확실하다. 마치 국가 재정만 낭비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또 천연물신약의 해외 진출에 대해 "기존 치료제와 대결해서는 어렵지만, 합성의약품이 커버하지 못하는 질환에 천연물의 강점이 있다"면서 "난치성질환이나 복합적인 질환에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데, 합성의약품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 도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에서 바라보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의약품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시각은 FDA나 EMA가 같다. 신약이 외국에 나가려면 어차피 그 자료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도 이제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글로벌하게 가려면 어차피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천연물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점점 자국의 천연물신약을 보호하며 장려하는 추세인데 이에 대해 규제한다면 발전이 아니라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선 자체가 늦는 상황에서 규제와 정책 때문에 더이상 글로벌 진출이 지연되면 안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한국제약협회의 천연물의약품위원회(위원장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는 최근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천연물신약이 유망한 분야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자료 등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천연물신약에 대한 논란이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벼랑 끝에 선 천연물신약이 향후 추락하게 될지, 글로벌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김지섭 기자 jsk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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