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근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자핀(clozapine)의 처방을 엄격히 관리하고 나섰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학계는 이번 FDA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클로자핀의 중증 호중구감소증 발생과 관련해선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투약 환자에서 엄격한 백혈구 수치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정신약물학회 법제이사인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클로자핀의 처방과 관련한 이번 FDA의 결정에 우리나라 식약처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은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국내 처방에는 별다른 여파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클로자핀 처방에 앞서 해당 환자들에선 백혈구 수치를 엄격히 측정하고 있다"며 "더욱이 복용 초기 호중구 감소 위험성은 투약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가 감소한다"고 말했다. 즉 장기적인 클로자핀 투약에선 호중구 감소증의 발생 확률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이미 국내에선 엄격한 환자관리 아래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클로자핀 처방률이 매우 높은만큼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해당 약물의 안전성 및 효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FDA의 결정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지난 15일(미국 현지시간) FDA는 클로자핀의 모니터링부터 처방, 조제, 투약 등 전반에 걸쳐 안전성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한 관리전략을 웹사이트에 전격 공개했다.
내용인 즉슨 약물의 처방과 판매에 제한을 두는 위해관리제도(REMS)의 일환으로 '클로자핀 REMS 프로그램'으로 명명됐다. 클로자핀 승인 당시부터 문제가 된 중증 호중구감소증 발생 방지가 이번 관리전략의 핵심이란 분석.
1989년 FDA는 클로자핀을 허가하면서 백혈구 검사 및 호중구 검사를 전제조건으로 명시한 바 있다.
오는 10월 12일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따르면 입원 및 외래환자들 모두에 클로자핀을 처방하려 할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 허가를 받기위해선 클로자핀의 처방정보를 검토한 뒤 호중구감소증 위험을 확인하고, 이후 절차에 따라 처방 등록문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 때 등록은 클로자핀 REMS 프로그램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팩스를 이용해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호중구감소증 판단, '절대호중구수(ANC) 수치만'
클로자핀 투약 후 호중구감소증 발생을 진단하는 데 오직 ANC 수치만을 인정했다. 굳이 백혈구 수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더불어 입원환자와 외래환자에서 클로자핀의 사용 등록을 구분했다. 외래환자의 경우 클로자핀을 조제 및 투약하기에 앞서 클로자핀 REMS 프로그램에 ANC를 보고해야만 한다. 또 입원환자는 최근 일주일 이내의 혈액샘플을 채취해 ANC 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하지만 클로자핀 치료에 적합하지 않았던 인종적인 양성 호중구감소증(BEN) 환자에선 클로자핀을 처방할 수 있다.
◇ANC 1000개 미만, 클로자핀 투약 중단
ANCt 수치에 따라서도 처방 가능여부가 갈린다. 일반적으로 클로자핀에의해 ANC가 마이크로리터당 1000개보다 낮아진 호중구감소증 의심 환자에선 클로자핀 치료를 시행해서는 안된다. 또 BEN 환자에선 이보다 기준이 완화돼 마이크로리터당 ANC가 500개 미만으로 떨어지면 치료를 중단하면 된다.
FDA는 "의료진이 처방 정보를 충분히 숙지했음에도 클로자핀의 투약기간 중증 호중구감소증이 다시 포착된 환자에서도 투약이 추천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해당 환자에서 정신질환의 위험이 중증 호중구감소증의 재발 위험보다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면, 의료진의 개별적인 판단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환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의 적용에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클로자핀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클로자핀 REMS 프로그램으로 자동 전환되기 때문.
한편, 클로자핀은 기존 항정신병 표준치료제에 증상이 적절히 관리가 되지 않는 조현병 환자들 치료에 사용됐다. 또 조현병이나 분열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가 있는 환자에서 자살행동이 재발했을 때에도 이용된다. 때문에 2002년에는 조현병을 경험한 환자의 자살 행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클로자핀을 허가한 바 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