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땅콩의 땅콩어워즈] 올해도 ‘열일’들 하셨다. 2015년 가요계의 다사다난함은 굳이 말로 할 것도 없이 구구절절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좋은 앨범은 꾸준히 나왔다. 1등부터 아쉬웠던 팀, 이른바 ‘가오’ 세운 팀과 꿋꿋한 여인들까지 나름대로 뽑아봤다. 상패는 예산 문제로 드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감히 상을 드립니다. 2015 땅콩어워즈, 김땅콩 수여.
올해의 1등 : 엑소 ‘엑소더스(EXODUS)’ ‘싱 포 유(Sing For You)’ 2015년을 정리할 때 그룹 엑소의 이름을 빼고 논할 수는 없다.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부터 ‘러브 미 라잇(Love Me Right)’, 최근 발표한 ‘싱 포 유’까지 모두 대단하리만큼 훌륭한 곡이다. 많은 인원수를 활용한 안무와 무대 구성 또한 엑소의 유구한 장점이다. 해외 활동이 많은 데에 비해 국내 공백기가 길지 않은 것도 흥행 요소로 동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남자그룹 데뷔로 가요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엑소만큼은 당분간 긴장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올해의 의리 : 쌈디 ‘ & Only’ · 이센스 ‘디 애넥도트(The Anecdote)’ 올해의 의리 상을 드리고 싶다. 8월에 나란히 낸 이들의 앨범은 둘 다 입이 마르게 칭찬해도 모자랄 수준. 두 사람의 의리와 우정이 영원하길 바라며, 덧붙여 이센스가 변호에 나선 쌈디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료가 되기를 바라고 바라는 리스너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꼭 슈프림팀이 아니라도 이들은 이후로도 계속 좋은 음악을 오래오래 할 수 있고, 서로로 하여금 그렇게 만드는 듀오가 될 것이다.
올해의 가오 : 그냥, 빅뱅 내는 족족 음원차트 1위다. 심지어 순위 유지도 오래 했다. 이전의 앨범들에 비해 음악적 아쉬움은 남는다. 빅뱅의 타이틀곡 후렴구들은 언제나 훌륭하고, 더불어 국민적으로 히트해왔지만 후렴구까지의 빌드업(Build Up)은 예전만 못하다. 어쨌든 음원 성적이 잘 나오고 음반이 잘 팔리는 것이 뮤지션의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면 더 보탤 말은 없지만, 빅뱅은 그 이상을 추구하기 모자람이 없는 팀이기에.
올해의 될성부른 땅콩잎, 그러니까 신인상 : 여자친구·세븐틴 두 팀 다 다른 신인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상대적으로 크게 받지 못하고 데뷔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가장 잘 만들어진 두 팀이다. 여자친구의 경우 에이핑크 이후 모든 걸그룹이 열망하던 ‘포스트 소녀시대’의 자리를 음악적으로든, 콘셉트적인 면이든 제대로 선점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세븐틴의 경우 계속해서 강조하던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두 개의 앨범으로 증명해냈다. 소속사 플레디스는 남자 아이돌을 기획하는 측면에서 성공적이거나 영리한 프로모션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삐걱삐걱, 더듬더듬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은 믿고 ‘입덕’해도 될 듯 하다.
올해의 아이돌 PD : 샤이니 종현 · 지코 서로 다른 장르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일한 두 프로듀서. 이들의 올해 곡 리스트를 보면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자신의 앨범 뿐 아니라 다른 가수에게 준 곡들도 모두 너무나도 완성도가 높다. 종현의 경우 올해 자신의 앨범만 두 장에 샤이니 앨범도 냈고 라디오도 진행 중이다. 지코는 자신의 앨범을 비롯해 블락비 바스타즈 프로듀싱, ‘쇼미더머니 4’ 심사위원까지 TV와 가요계를 종횡무진 누볐다. 말하기도 입 아픈 바쁜 스케줄 속에서 소처럼 일 해줘서 리스너의 입장에서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의 꽃다발 : 소녀시대·에프엑스·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의 미녀들이 열심히 활동해주신 덕분에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사심이 섞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룹 레드벨벳은 음악적으로도 음악 외적으로도 가장 눈에 띄었고, SM 여자 그룹 중 가장 화제를 몰고 올 것 같았지만 에프엑스가 나오니 또 그들 특유의 아우라에 압도당했다. 거기에 소녀시대가 나오니 연륜을 따를 자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덜 잘했고는 의미가 없다. 다만 예쁘고 아름답고 음악적으로도 충실한 그룹들이 내년에도 여전히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꽃다발 상이다.
올해의 꿋꿋한 여자 솔로상 : 태연·아이유·현아 작은 것 하나 하나 모두 여러 가지 의미로 호사가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인물들이다. 음악 외적으로 별 것 아닌 일까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타인임에도 안타까울 정도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음악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활동도 꿋꿋하게 잘 해내는 씩씩한 여인들. 셋 다 침묵과 대응의 완급 조절 또한 능숙하다. 내놓는 결과물들에 자신에 대한 확신들이 묻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수준에 관해서는 논점이 각자 다 다르겠지만 ‘나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에 음악 외적인 부분에 그들의 음악이 방해받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도 올해처럼 꿋꿋하기를.
올해의 A&R 힘내라 부문 : 미쓰에이·갓세븐·트와이스 타이틀곡을 JYP 수장인 박진영의 곡으로 하지 않은 것은 JYP 그룹들 특유의 색을 빼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세 그룹 모두 동일하게 블랙아이드필승의 곡을 받는 것이 그룹의 미래를 바라보는 측면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는지 고려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듯 싶다. A&R팀이 조금만 더 힘내서 팀 각자에게 맞고, 나아가 기획사의 컬러까지 살리는 곡을 구하고 편곡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김땅콩 : 다수의 기획사, 공연 A&R팀을 거쳐 작곡을 업으로 삼고 있는 김땅콩(예명, 31)입니다. 현재 쿠키뉴스에서 열흘마다 가요계 최신 앨범을 리뷰하는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라는 코너를 기고 중입니다. 정리·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