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를 선도하는 제품들은 늘 있었다. 가깝게는 허니버터와 짬뽕라면, 바나나가 그 예다. 이렇게 이슈가 되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히트’를 치면, 업계에서는 곧바로 그와 비슷한 미 투(me too) 제품들을 연이어 내놓는다. 이제는 미 투 제품 자체가 트렌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의 성공한 제품을 쫓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미 투 제품들은 관련시장규모를 키운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빠른 이미지의 소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 투 제품이 시장에서 득세하는 와중에도 틈바구니에서 오래도록 소비자들이 찾는 알짜배기 상품들이 있다. 메인시장에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더라도 기업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윈윈’ 상품이다.
지난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최고시청률 21.6%를 기록하면서 업계는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4050 세대의 추억과 1020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장수브랜드의 경우 매출이 오르기도 했고, 일부 업체에서는 이른바 ‘복고마케팅’을 통해 당시 제품들을 한정판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22년 만에 출시한 크라운맥주 한정판은 보름동안 24만캔이 팔려나갔고, 추가 생산한 81만캔도 금세 동이 났다. 롯데제과는 11번가와 손잡고 꼬깔콘, 마가레트, 롯데샌드 등 17종으로 구성된 ‘1988 선물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30대에서 환갑까지... 알짜배기 장수브랜드들의 힘
60년 전인 1945년, 해태제과는 회사 설립과 함께 국내 최초의 과자 연양갱을 출시했다. 6.25 사변통에도 부산으로 공장을 옮겨가며 생산을 계속할 정도로 범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70년간 쉬지 않고 생산된 연양갱은 할아버지 할머니나 좋아하는 간식, 환갑 브랜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지금도 연매출 300억대를 기록하는 스테디셀러다.
부라보콘 역시 해태제과의 대표 브랜드다. 1970년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으로 출시된 부라보콘은 45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팔린 부라보콘은 약 44억개로 누적매출은 자그마치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열풍의 주역이었던 자사의 허니버터칩이 10년간 판매고를 유지해야 따라갈 수 있는 규모다.
롯데제과 역시 틈새시장 강자제품의 힘을 톡톡히 보고 있다. 1978년 출시된 롯데제과의 롯데샌드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2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샌드비스킷 부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초창기에는 네모난 비스킷 사이에 크림을 샌딩한 모습이었지만 2000년 이후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다. 80년대 중반 단종 됐다가 2012년 돌아온 롯데 왓따껌 역시 131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풍선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31주년을 맞은 천하장사 소시지는 진주햄을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1985년 생산돼 30년 동안 스틱형 소시지 제품군의 대명사로 불리며 현재까지도 40%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30년간 팔린 천하장사는 109억개로, 12㎝인 제품을 늘어놓으면 지구를 28바퀴 돌 수 있을 정도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신제품 개발과 필요한 생산설치비용, 마케팅 등의 제반비용은 기존의 장수제품에서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짜배기 제품들을 모체(母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빠른 트랜드 변화에도 발맞춰
알짜배기 제품들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오랜 시간 동안 매출을 올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트렌드에 맞춘 발 빠른 변화까지도 가능하다”며 “단순히 여러 가지 맛 제품을 출시하는 정도에서부터 첨가물에 따른 차별화 등 가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지널’이라고 불리는 기본형 제품의 내구성이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지난해 허니버터 트렌드에 맞춰 꼬깔콘 허니버터맛을 출시했다. 매달 50% 이상 판매량을 올리던 꼬깔콘 허니버터맛은 오리지널 꼬깔콘의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4월 스낵시장에서 유일하게 100억 판매실적을 기록한 꼬깔콘은 결국 같은 해 10월 누적매출 1조86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트렌드를 따라갔다가 다시 기존 제품으로 돌아오는 ‘입맛 회귀’와는 조금 다르다고 보고 있다. ‘추억팔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제품의 질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식품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수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신제품들을 직접 봐왔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길들여진 입맛으로 돌아오는 형태와는 조금 다르다”면서 “5~6년 정도가 아니라 20~30년전의 맛에 추억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레 구매로 연결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에 맞춰 쏟아지는 미 투 제품들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조규봉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