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식탁 위 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CJ제일제당 진천공장 가보니

[르포] 식탁 위 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CJ제일제당 진천공장 가보니

기사승인 2016-06-23 15:56:30

서울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 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거대한 냉장고였다. 냉장고 안에서는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법한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위생모는 물론 귀마개와 마스크까지 했지만 사람들은 말 한마디 없이도 매끄럽게 작업을 진행하고 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루 평균 170톤의 소시지와 햄을 만들었다.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이다.

지난 21일 찾은 진천공장은 2008년 준공된 광혜원 산업단지 내에 위치해있다. 65만5812㎡(약 20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에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팔도와 동원F&B 등 11개 업체의 공장이 들어서있다.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은 296명의 직원들이 지난해 총 6만6891톤의 제품을 생산해냈다. 4509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견학은 CJ제일제당 이승범 육가공팀장과 함께했다. 이 팀장은 식품제조공장이다 보니 엄격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실제로 ‘The더건강한햄’, ‘스팸’ 등이 생산되는 공장 내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보안 문을 지난 다음에도 머리두건과 마스크, 방진복, 장화로 갈아 신어야했다. 휴대전화는 물론 노트와 볼펜 등 필기구도 반입이 금지됐다. 이 팀장은 볼펜이나 노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작은 이물질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뒤 다시 한 번 소독약으로 손을 세척했다. 생산공장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하나, 입구 앞에서는 에어샤워가 이어졌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옷 위에 방진복까지 껴입었음에도 오히려 서늘했다. 이 팀장은 식품을 가공하기 때문에 공장 전체의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거대한 냉장고’라고 표현했다.

안내를 받아 처음 들어간 곳은 원료육 창고였다. 창고에 쌓여있는 박스 안에는 각 업체에서 가져온 고기들이 그득했다. 3일 전에 도착한 원료육들도 있었다. 가공처리가 되지 않은 생육임에도 비린내가 나지 않아 놀라웠다. 코끝에는 서늘함만 감돌았다.

창고를 나오자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전지(돼지 앞다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칼끝이 움직일 때마다 혈관이 떨어져 나왔다. 해외에서는 이 부분을 손질하지 않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이물질로 오해하거나 올챙이 같다고 여겨 중량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일일이 제거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마무리나 설비구동 등을 제외하고 공장 내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부분이었다.

전처리 과정이 끝난 고기들은 베이컨이나 소시지, 정형햄, 슬라이스 등으로 각각 나뉘어 가공되기 시작했다. 육가공 제품의 경우 지방을 분리하고 분쇄 등 작업을 거친 후 균일한 맛을 위해 다시 지방을 더한다. 일종의 ‘블랜딩’이라고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 팀장은 “일부 체험단은 견학과정에서 지방을 섞는 장면을 보고 귓속말로 수군거리기도 한다”면서 “그 때마다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공장 한편에는 놓인 거대한 보관통에는 유산균 발효액과 식초 발효액 등 천연첨가물이 숙성되고 있었다. 이 팀장은 “육가공 제품의 산패를 막기 위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아질산나트륨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천연소재 첨가물”이라고 말했다.

가공이 끝난 제품들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최종 출하를 위한 포장공정으로 이동했다. 공정과정에서 유입됐을 이물질 등을 걸러내기 위한 X-RAY 설비들이 눈에 띄었다. 1시간에 한번씩 제품에 일부러 1㎝ 크기의 핀을 꽂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화상검출기와 자석, 열처리, 진공검사 등 위생을 위한 다양한 점검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중량이 부족하거나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에는 자동으로 걸러져 폐기처분됐다. 하루평균 폐기처분되는 제품은 약 1톤 정도로, 전량 사료로 팔려나간다.

포장공정이 이뤄지는 클린룸에는 아쉽게도 들어갈 수 없었다. 기존 작업인원에 추가로 견학단이 동시에 들어갈 경우 클린룸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 팀장은 클린룸 앞에서 ‘클린룸 전용 복장’으로 다시 갈아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과정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견학이 끝난 자리에서 CJ제일제당 하재천 육가공공장장은 “식품을 다루고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해도 이물질이 나와 폐기처분 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최지훈 육가공수삭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맛과 가격만을 따지던 육가공 1.0 세대를 지나 지금은 수제, 건강, 첨가물을 꼼꼼하게 따지는 육가공 3.0세대에 와 있다”면서 “안전한 먹거리 뿐 아니라 본질인 ‘맛’을 집중한 연구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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