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드(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됩니다. 8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날 사드 배치 결정을 전한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마스 밴달 주한미군사 참모장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조치로 사드배치를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번 사드 배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아직 사드배치가 확정된 건 아닙니다. 부지 선정을 위해 더 큰 산을 넘어야 하죠. 현재 후보지로 거론된 부지로는 경기도 평택, 강원도 원주, 전라북도 군산, 경상북도 칠곡, 부산 기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지 모두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한반도 사드 배치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핵미사일 억제라는 현실적인 이유에 맞서 주변국에 위화감을 조성할 거라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사드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온·오프라인 상에서 주요 화두거리 중 하나입니다.
사드 배치소식에 중국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선포했다”며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사드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평화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지금껏 대화와 토론, 조정으로 합의를 봤던 주변국들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불만을 제기했죠. 일각에서는 중국 외교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미국대사를 불러들여 설명을 요구했다는 관측도 내놓았습니다.
러시아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에 줄곧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동북아에 새로운 미사일방어 거점을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했었죠.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첨예한 갈등구도를 보였던 사드배치가 시나브로 급물살을 탈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의 핵폭탄 및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 정도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당국은 이날 사드배치 결정 사유에 대해 “북한의 반복·지속적인 미사일 실험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안보와 안정에 심대한 위협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번 사드 배치는 북한이 자초한 겁니다. 북한과 다소간 관계의 끈을 유지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던 것도 한반도가 ‘군사 경쟁의 장’이 되지 않길 바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북한이 결국 사고를 친 셈이죠.
한미는 이날 사드 체계가 오직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용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드 배치가 무분별한 무기 배치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로 간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무기경쟁을 통해 신경전을 벌이는 ‘제2의 냉전 체제’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 해당 사실을 중국과 러시아에 통보한다고 했습니다. 사드배치 결정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지, 아니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킬지는 확언할 수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더욱 긴박하게 흘러갈 듯합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