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에 하얗고 마른 체형.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멋진 외모까지 갖춰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불리던 이종석이 진짜 만화를 찢고 현실 세계로 나왔다. 거꾸로 현실 세계에서 연애 한 번 못하고 매일 같이 혼나는 레지던트 2년차 의사 한효주는 만화 속으로 들어갔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드라마 ‘W’는 '운빨로맨스'로 구겨진 MBC 드라마국의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울 수 있을까.
‘W’는 현실 세계의 흉부외과 레지던트 오연주(한효주)가 우연히 아버지가 그리는 인기 절정 웹툰 '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만나 로맨스를 싹틔우는 드라마다. 나중에는 강철이 오연주를 찾기 위해 현실에도 나타나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에서 다른 시간대를 오갔던 송재정 작가가 극본을 맡아 믿음직스럽고,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 - 불온’, MBC ‘그녀는 예뻤다’를 만든 정대윤 PD가 연출을 맡아 든든함을 더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수목극 ‘W’ 제작발표회에서 정대윤 PD는 ‘W’에 대해 “한국 브라운관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드라마”라며 시각적 퀄리티와 주인공의 감정선을 'W'의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로 꼽았다.
정 PD는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다. 시청자들이 내용을 그럴듯하게 느끼면서 엔딩까지 함께 따라갈 수 있는 드라마가 되려면 시각적인 퀄리티가 중요하다”면서 “또 주인공들이 극중에서 서로를 향해 느끼는 감정이 극 밖의 시청자에겐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극의 감정선이 살아있고 공감할 수 있다면 시청자들이 자연스레 주인공들의 마음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PD는 “감정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각적 퀄리티가 무너지면 드라마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끝까지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 PD가 시각적 퀄리티를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통 CG가 많은 드라마는 후반부에 시간에 쫓겨 퀄리티가 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 PD의 가장 큰 걱정도 CG에 대한 것이었다. '용두사미'로 만들지 않기 위해 'W'는 반 사전제작을 시도했다. MBC CG실의 도움도 지속적으로 받을 계획이다.
정 PD는 “아무래도 후반부에 가면 시간에 쫓길 것 같다”며 “최대한 끝까지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촬영 스케줄, 대본 나오는 스케줄을 정리하며 노력하고 있다. MBC CG실도 전적으로 매달려 있다. 시청자를 실망시키는 드라마로 끝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이번 주까지 촬영하면 8회 분량이 마무리된다”며 “후반 작업에 시간이 많이 들어서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미리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작진이 공을 들이는 만큼 ‘W’에 임하는 배우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주연을 맡은 이종석과 한효주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대본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캐릭터의 매력도나 이미지 변신 등 다른 이유가 아닌 송재정 작가 대본의 신선함과 재미에 매력을 느껴 배우들도 다음 편을 기다릴 정도였다고.
자리에 함께한 이종석은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현실과 웹툰을 오가는 소재도 색다르고, 장르도 신선하다. 실제로 웹툰 속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판타지적인 소재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웹툰 속 인물을 연기하는 소감을 밝혔다. 한효주도 “드라마에 푹 빠져있다”며 “너무 재밌고 신선하다. 연기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재미가 더 크다”고 드라마에 임하는 마음을 털어놨다.
‘W’는 한효주가 2010년 방송된 MBC 월화사극 ‘동이’ 이후 5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효주는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항상 대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매번 고르게 된 대본이 영화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W’ 같은 재밌고 좋은 대본이 내게 왔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한효주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다음 대본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장르적으로도 신선하고 즐길 거리가 많은 드라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W’가 신선하고 독특한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재미까지 더해지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새로운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지거나 중간에 따라잡기 힘들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정대윤 PD는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를 언급하며 이종석, 한효주의 뛰어난 연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PD는 “시청자들이 설정과 공간을 헛갈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요즘에는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처럼 장르 드라마도 많이 사랑받는다. 시청자들의 소비형태가 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종이 세계와 현실 세계별로 색감을 통일하거나, 드라마가 시작할 때 '지난 이야기'를 넣어 시청자의 이해를 도와야겠다고 상의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건 이종석과 한효주의 연기다. 두 사람이 개연성 있는 연기로 다른 세계를 넘나들면 시청자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잘해줘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드라마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드라마 ‘W’는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의 후속으로 오는 20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