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누적되면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대비 용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동결하는 등 가성비족(族)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통계청 소비자물가지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8%. 최근 2년간 0%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식음료나 서비스물가가 평균 3% 이상 상승하면서 소비자들 더욱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대였지만 공공서비스물가는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치인 2.2%나 상승했다. 게다가 외식 소주 가격(12%)과 하수도요금(20%)이 큰 폭으로 올라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상승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기타 서비스요금이나 공공요금 등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되는 것으로 본다”면서 “용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동결하는 등 가성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 제품의 불가피한 가격인상을 다른 제품군의 가성비 마케팅으로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포카칩과 초코파이를 가격 변동 없이 각각 10%, 11.4% 증량했다. 초코파이는 초콜릿 함량을 13% 더했다. 올 초부터 연쇄적으로 이어진 제과업계 가격인상에도 기존 가격을 유지한 초코파이와 포카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신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업체는 초코파이 바나나 등 바나나 트렌드와 맞물려 오리지널 제품 역시 큰 폭의 신장을 이뤄냈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는 500㎖ 페트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량을 600㎖로 기존 대비 20% 늘려 500ℓ 페트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의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 업계에서는 250㎖ 캔, 1.5ℓ 페트와 더불어 메인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는 500㎖ 페트의 증량을 통해 동일제품군의 연계상승효과를 노린다고 보고 있다.
팔도는 여름 강자인 비빔면의 양을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출시했다. 누적판매 10억개 돌파를 기념해 1000만개 한정으로 출시됐던 물량이 50일 만에 완판되자 팔도는 제품을 추가 생산했다. 기존 비빔면 역시 28%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업계관계자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가성비 트렌드가 번지면서 식품업계 또한 올 초부터 맞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일부 프리미엄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의 가성비화(化)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