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250’ 말도 안 되는 마을의 진심 통하기 프로젝트

‘바벨 250’ 말도 안 되는 마을의 진심 통하기 프로젝트

기사승인 2016-07-25 17:11:19


tvN 예능 ‘바벨 250’의 포스터에는 ‘말도 안 되는 마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말도 안 된다’는 흔히 무언가를 보고 감탄할 때 사용하는 관용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다른 언어를 써서 말이 안 통하는 프로그램의 상황을 담은 중의적인 표현이다. 연출을 맡은 이원형 PD는 말이 안 통하는 덕분에 프로그램의 제작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한 가지 통하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마음이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바벨 250’은 7개국에서 온 청년들의 글로벌 공통어 제작 프로젝트다. 각자 다른 언어를 쓰는 다국적 남녀가 경상남도 남해 다랭이 마을에 모여 글로벌 공통어인 ‘바벨어’를 제작하는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북로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바벨 250’의 제작발표회에서 이원형 PD는 함께 기획한 박준홍 작가와 나눈 얘기를 꺼내며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PD는 “박준홍 작가가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맡아 하고 있을 때 하루 동안 통역 없이 일을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일을 마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로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만약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편리한 기계가 많다”며 “기계를 통해 손쉽게 소통하는 것보다 글로벌 공통어 바벨어를 만들어 소통해보자는 것이 표면적인 기획의도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면 소통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 그런 순간을 느꼈다”고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바벨 250’의 출연자도 방송을 본 시청자도 말이 통하지 않아 생기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촬영 현장과 편집실에 각 나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동시 통역사 6명씩 총 12명이 상주하며 제작진을 도왔다.

이 PD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느낀 어려움에 대해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어렵다”며 “촬영은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지만, 한국어를 제외한 6개 언어를 알아들어야 편집할 수 있어서 첫 회를 편집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후반 작업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후반 작업 뿐 아니라 방송 전 출연자 섭외에도 공을 들였다. 여러 나라를 직접 찾아다닐 수 없어 3개월 간 구글과 SNS를 뒤져야 했다. 현지 통역을 통해 한 명씩 연락을 보냈고 면접 대신 화상통화를 동원했다. 이 PD는 출연자 선정 기준에 대해 “특정 국가를 정하진 않았다”며 “통역이 가능한 국가를 선정했다. 아프리카와 스웨덴에도 괜찮은 출연자가 있었는데 통역 구할 수 없어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바벨 250’은 현재 2회까지 방송 된 상태다. 방송 전부터 러시아 출신 안젤리나의 미모, 1조원에 달한다는 태국 출신 타논의 재력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방송 이후에는 이기우의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이 PD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기우도 다른 출연자와 똑같은 상황에서 출연하기를 바랐고 촬영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한국인 출연자가 주인이 돼서 외국인을 손님을 맞아들이는 형태를 원했던 것 같다. 이기우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기우는 “내가 예능 경험이 많았다면 최소한의 재료만 줘도 노련하게 풀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스킬이 없다보니까 눈살을 찌푸릴만한 표정과 행동이 방송에 나왔다”며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며 불편함을 모르고 살다가 말이 통하지 않기 시작하니까 마음도 귀도 닫아버리는 상황이 왔다. ‘바벨 250’을 통해 지레 겁먹고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하는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논란도 있었지만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유쾌했다. 브라질 출신의 마테우스는 시종일관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제스처, 경상도 사투리를 넣은 자국 말투를 반복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각국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던 중 안젤리나가 “한 사람을 통해 그 국가의 문화를 판단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때는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바벨 250’은 현재 촬영을 완전히 마친 상태다. 이원형 PD는 앞으로의 편집 방향에 대해 “영어 단어 몇 개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해보셨을 것”이라며 “그처럼 자신들이 필요한 단어 몇개를 만들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상황을 보고 싶었다. 3회까지는 출연자들의 관계 설정에 치중했지만, 이후부터는 바벨어를 만들고 의사소통하는 장면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시즌 2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이 PD는 “글로벌 공통어 프로젝트라고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바벨탑 이전에 사람들이 살던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바벨 250’이 잘 되면 다음 시즌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유토피아를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벨 250’은 매주 월요일 오후 9시40분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