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출연진만 12명이다. 12팀의 현역 여자 아이돌 그룹 메인보컬 멤버들이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그룹을 알리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각자 매주 노래를 부르면 100명의 심사위원단과 5명의 연예인 패널이 점수를 매기고 순위가 결정된다.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런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더 나은 무대를 꾸미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길게는 4년 전, 짧게는 지난 달 데뷔한 출연진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같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팀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팀을 대표해서 ‘걸 스피릿’에 출연하는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일반인이 아닌 활동 경험이 있는 가수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자신들을 알려야 한다는 씁쓸함과 이 소중한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8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JTBC 예능 ‘걸 스피릿’의 기자간담회에는 스케줄 문제로 불참한 소나무 민재를 제외한 11인의 출연진이 모여 3회까지 방송을 진행한 소감을 밝혔다.
레이디스 코드의 소정은 이미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서 서바이벌 경연을 경험한 출연자다. 그러나 소정은 "무대에 설 때 느끼는 긴장감은 최고조"라고 털어놨다. 소정은 “탈락자가 없는데도 느끼고 있는 긴장감이 이 정도라면, 탈락자가 있었으면 무대에서 심장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 출연했을 때 반드시 이기려고 하는 사람은 꼭 떨어진다는 걸 느꼈다. ‘걸 스피릿’을 시작할 때도 승패에, 등수에 연연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경연을 경험하면 할수록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Mnet ‘슈퍼스타K2’에서 서바이벌 경연을 경험했던 오마이걸 승희도 소정과 마찬가지였다. 이날 승희는 ‘슈퍼스타K2’에 출연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자신이 속한 그룹 오마이걸의 존재감이 크다고 말했다. 승희는 “멤버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고, 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며 "또 오마이걸이 이런 보컬을 가지고 있고, 다른 매력이 있는 팀이라는 사실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팀을 대표해서 출연하는 만큼 출연진들은 자신이 속한 그룹의 멤버들의 응원도 받고 있다. 단순히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걸 넘어 아예 안무를 짜주며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우주소녀가 대표적이다. 현재 12명의 멤버와 합숙 중이라는 우주소녀 다원은 “‘걸 스피릿’ 촬영이 끝나면 오전 2~3시가 된다. 숙소에 도착하니 멤버들이 그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려주고 있었다”며 “모니터링을 해주는 한편, 멤버 중 엑시 언니는 같이 퍼포먼스와 구성도 짜준다. 나를 제외한12명의 멤버 모두가 자기 무대인 것처럼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CLC 승희는 자신을 응원하는 멤버들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승희는 “팀의 맏언니여서 그런지 힘든 티를 못 내는 성격이 됐다”며 “그러나 멤버들이 내 표정을 보고 힘든 일이 있다는 걸 알아봐주고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팀 대표라는 사실이 부담됐고 초반에는 무섭기까지 했다”는 승희는 “매번 새로운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컸다. 그런데 무대에 몇 번 서고 난 지금은 내가 스스로 (공포와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잘하고 멋있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승희의 말처럼 출연자들은 점점 부담감을 내려놓는 동시에 무대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며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거나, 그룹 활동에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다. 이날 라붐 소연은 ‘아이돌 메인보컬들의 제 목소리를 찾아준다’는 ‘걸 스피릿’의 취지를 언급하며 “다들 본인에게 어울리는 노래 선곡하고 있는데 나는 어떤 곡이 내게 잘 맞는지 아직 확실히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시청자들이 나에게는 이런 곡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게끔 선곡할 계획이다. 긴장을 덜 하고 싶은데 혼자서 라이브 무대를 많이 소화해보지 않아 아직 어렵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스피카 보형도 “재즈처럼 그동안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해보고 싶다”며 “어떻게 대중적으로 풀어낼지 고민해서 신선한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팝송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A, B 두 그룹으로 나뉘어 첫 경연을 펼친 ‘걸 스피릿’은 앞으로 총 12주 동안 리그전을 이어간다. 각 그룹에서 1, 2위를 기록한 4명의 멤버가 파이널 리그에 진출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50분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