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진운이 이렇게 웃길 줄 누가 알았을까. Mnet ‘음악의 신 2’가 터닝 포인트였다. 정진운은 지난 5월 출연한 ‘음악의신 2’ 4회에서 자신의 흑역사로 불리는 ‘웃는 광대’ 춤을 직접 선보였다. 정진운은 “입가에는 미소가, 눈에는 슬픔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상민은 격한 춤을 췄는데도 “바지선이 살아있다”며 거들었다. 이날 방송을 통해 정진운은 이 시대의 진정한 ‘춤신춤왕’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진운은 진짜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밴드 반주에 맞춰 자신의 솔로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음악 방송에서도, 록 페스티벌에서도 정진운은 춤을 췄다. KBS2 ‘뮤직뱅크’는 ‘춤신춤왕’ 자막으로, 록 페스티벌의 관중들은 떼창으로 그의 춤에 화답했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정진운에게 ‘춤신춤왕’이 된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대체 무엇이 그를 변화시켰는지를 물었다. 정진운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답게 솔직한 답변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 ‘화제왕’ 공식 질문
기자 : 최근 ‘춤신춤왕’으로 큰 화제를 모았잖아요. 그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뭐예요?
진운 : 사람들이 다가오는 걸 별로 안 무서워하게 됐어요. 이제는 다 같이 재밌게 노는 분위기가 돼요. 어제도 가족들과 포장마차에 갔더니 동네 이모님들도 저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기자 :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진운 : 사실 큰 반응 없었어요. 다들 ‘원래 저런 애니까’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슬옹 형은 이제 좀 지친다고, 그만 좀 하라고 했어요.
기자 : 정진운이 주목하는 최근 화제는 무엇인가요?
진운 : 하와이안 셔츠요. 팬들이 ‘왜 그 옷만 입냐’고 하는 걸 보고, ‘그래, 이번 여름은 이 콘셉트로 가야지’ 했어요. 하와이안 셔츠와 와이드 팬츠를 보면 정진운이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정진운 효과를 계속 만들어내고 싶은 거죠.
△ 정진운의 예능
기자 : ‘음악의 신 2’에 출연한 걸 봤어요. 그런데 어디까지가 대본에 있는 연기고,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가던데요?
진운 :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이 시대의 댄스가수는 뭐다?”라고 말하는 장면부터 가운데에 설 때까지가 연기고, 그 이후로는 다 애드리브예요. 대본대로 한 건 10~15초 밖에 안 되죠. 그 이후에는 이상민 선배님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몸을 맡겼어요.
기자 : 이상민 씨에 대한 마음도 남다를 것 같아요.
진운 :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바지선에 대한 것도 그렇고 제 콘셉트를 만들어주셨잖아요. 제 앨범의 진짜 시작은 '음악의 신'이었어요.
기자 : ‘음악의 신 2’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많았지만, 가장 화제가 된 건 정진운이었어요.
진운 : 제가 원래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정말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거짓말로 상황극을 하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에서도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죠.
기자 : 그럼 평소에도 그런 장난을 많이 했겠어요.
진운 : JYP에 있을 때 합동 콘서트를 하거나 신인이 들어오면 전통처럼 며칠 동안 몰래카메라 같은 상황극을 했어요. 진지하게 세 달 동안 한 적도 있었죠. 저 뿐 아니라 JYP 소속 가수들, 대표님, 진영이 형까지 다들 그런 코드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니 마음대로 거짓말 할 수 있는 ‘음악의 신’에 나가면 얼마나 재밌었겠어요. 물 만난 고기처럼 입을 열었죠.
기자 : 그런데 2AM 정진운은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그동안 숨기고 사느라 답답하진 않았어요?
진운 : 크게 상관없었어요. 일부러 이미지를 위해 조용한 콘셉트를 한 것도 아니었어요. 굳이 제가 안 하는 것뿐이었죠. 저까지 그러면 팀이 너무 정신없어지니까요. 그런데 이제 혼자 활동하게 되니까 형들에게 배웠던 것들을 제가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심경의 변화가 아니라 상황의 변화가 생겼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디자인=윤기만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