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유업체 힘싸움에… ‘갈 곳 잃은 흰 우유’

낙농가·유업체 힘싸움에… ‘갈 곳 잃은 흰 우유’

수급·원유가 불안에 오르기만 하는 우유 가격

기사승인 2016-08-18 17:07:16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원유 생산량은 급증했지만 국내 흰 우유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제도에 묶여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수급 불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대립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리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13년 시작된 원유가격연동제는 가격을 더 받으려는 낙농업계와 싸게 구입하려는 유업체간의 협상과정에서 원유공급 중단과 시위 등 진통이 잇따르자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매년 6월 말 생산자와 수요자, 소비자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 가격을 8월 1일부터 적용하며 다음 해 7월까지 유지한다.

문제는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기인해 시장상황과 수요 등은 가격 책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유 기본가격은 ‘기준원가’와 ‘변동원가’의 합으로 결정된다. 기준원가는 전년 기준원가에서 전전년 기준원가를 감하고 우유생산비를 곱한 뒤 전년기준원가를 다시 더한 값이다. 변동원가는 전년 변동원가에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곱한 뒤 다시 전년 변동원가를 더한 값으로 결정된다.

◇최종 피해는 소비자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않다보니 부작용이 속출했다. 생산량이 많아지고 소비가 줄면 가격을 내려 소비를 유도해야하지만 제도에 묶여 탄력적인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 물가 상승에 원유가격이 따라 움직이다보니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전 2013년 8월까지 2360원대였던 흰 우유 평균 가격은 시행 직후인 10월 2572원으로 2개월 만에 214원이나 올랐다.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흰 우유가 전체 우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70.4%에서 지난해 66.6%까지 급락했다.

정부에서는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대립으로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전국단위 쿼터제란 각 농가의 기본쿼터(정상가격대로 납유할 수 있는 권리)를 전국 공통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현재 계약상황에 따라 비율이 제각각인 쿼터를 하나로 묶어 상황에 따라 같은 비율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려 생산 총량을 조절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농가별로 제각각 쿼터량이 정해진 현 상황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일관된 원유 정책을 위해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대립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에서 강제할 수 없다보니 타협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낙농가·유업체 줄다리기… ‘내가 손해’

유업체는 원유가격연동제보다 앞선 2002년 각 낙농가와 개별적으로 맺은 원유생산쿼터제로 인해 계약된 만큼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물량이 넘치고 가격은 내리지 못해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원유를 지속적으로 구입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업체가 원유가격연동제 이후 연간 100억 원 이상의 흰 우유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가공유, 분유 수출 등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업체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난해부터 각 낙농가와의 쿼터계약 조절을 통해 평균 96% 물량에만 정상가격 보장해주는 ‘마이너스쿼터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적자와 수급 불균형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낙농가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덮어놓고 생산량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원유를 생산하는 모체인 젖소는 매일 우유를 생산하지 않으면 유방염 등 각종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방염에 걸린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는 질이 떨어져 판매할 수 없다.

또 현재 우유값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유가격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기준 42.7%로 일본 49.4%, 영국 49.3%에 비해 낮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유 가격은 지나친 유통마진 때문”이라면서 “지난 2011년 원유 가격이 250원 인상됐을 때 유통마진은 144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소비자 가격 상승분과 유통마진 상승분은 비슷한데 반해 우리나라의 유통마진은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상 생산비 증감폭이 반영된 인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라고까지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마이너스쿼터제 도입 등 낙농가가 이익절감을 감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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