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모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입니다. ‘달의 연인’은 제작비만 100억 원 이상이 투자됐을 뿐 아니라 가수 아이유를 비롯해 배우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지수, 엑소 백현 등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했습니다. 5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은 이미 지난 7월 마쳤고, 중국에 회당 40만 달러의 판권 판매가 완료된 상황이죠. 방송 전까지 ‘달의 연인’이 실패할 이유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지난 29일 1, 2회가 연속 방송된 ‘달의 연인’은 공개 직후 빈약한 스토리와 부족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국내 최초 UHD 전용 카메라로 촬영됐다는 영상은 예뻤지만, 그 안에 든 내용물이 문제였죠. 다른 배우들과 확연한 차이가 눈에 띄는 아이유와 백현의 연기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결국 ‘달의 연인’은 첫 회 시청률 7.4%(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30일 방송된 3회 시청률이 7.0%로 하락세를 보이며 반등의 가능성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2의 ‘함부로 애틋하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이처럼 ‘달의 연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할 수 있었던 건 100% 사전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큰 액수의 제작비를 들여 긴 시간 동안 촬영합니다. 일찍 촬영을 마치는 덕분에 후반 작업도 여유 있게 할 수 있죠.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명 작가나 감독은 물론 배우들의 인지도와 스타성을 고려해 캐스팅하곤 합니다. 그래야 드라마의 성공을 담보로 높은 액수에 중국 판권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올해 초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작가와 송중기, 송혜교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첫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최고 시청률 38.8%를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모았죠. 송중기가 중국에서 대표적인 한류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태양의 후예’만큼의 인기를 끌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죠. ‘달의 연인’마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이 외면하자, 긍정적이었던 100% 사전제작 드라마를 향한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추락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먼저 중국 시장을 지나치게 고려한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장르 드라마가 유행하는 최근 한국 드라마의 분위기와 결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또 배우들의 연기력보다 스타성을 고려한 캐스팅도 문제입니다. 이미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큰 배역을 맡아 부족한 연기력을 드러내며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죠.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을 맡은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는 첫 방송 직후부터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고, ‘달의 연인’의 아이유도 첫 사극 도전에 주인공을 맡아 어색한 연기로 혹평 받고 있습니다. 엑소의 멤버인 백현은 부족한 연기력에도 많은 분량에 등장해 시청자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촬영은 물론 편집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반응이 나와도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도 한 번 마음을 돌리면 다시 그 드라마에 채널을 돌리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함부로 애틋하게’는 첫 회 12.5%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지난 24일 방송된 15회에서 7.7%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하반기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두 편 더 전파를 탈 예정입니다. 오는 10월 방송되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KBS2 드라마 ‘화랑 : 더 비기닝’이 그 주인공이죠. 기대만 못한 ‘달의 연인’의 출발을 지켜본 두 드라마의 제작진은 더 단단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