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로운 상생 모델 기대’ 전통시장 손 잡은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

[르포] ‘새로운 상생 모델 기대’ 전통시장 손 잡은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

지방자치단체·전통시장·대형유통마트 ‘상생 협력’

기사승인 2016-08-31 22:59:22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한산했던 어시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어시장 상인은 오늘이 5일장이 서는 날이기는 해도 비가 오면 손님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면서 "마트에 손님이 몰리면 자연스레 어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극으로 여겨졌던 대형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이 상생을 위해 손을 잡는다. 이마트와 당진전통시장 상인회는 이번 협업을 통해 접객효과는 물론 새로운 형태의 상생모델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일 이마트는 충청남도 당진시 읍내동 전통시장에 위치한 당진어시장 2층에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을 오픈했다.

상생스토어로 이름 붙여진 당진어시장점은 1층에 어시장이, 2층에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운영된다. 대형유통업체 브랜드가 전통시장과 단일건물에 입점하는 것은 지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입법 이후 처음이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상 전통시장에서 1반경 내에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은 불가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상인회와의 협의가 이뤄진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1층은 1650규모의 어시장이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2층에는 이마트 노브랜드가 410규모로 입점했다.

이마트와 당진전통시장 상인회, 당진시가 협력한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방문객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이마트 측은 공식 오픈 전날인 어제(30) 당진어시장을 찾은 방문객 수가 8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당진시장 현대화 정비사업을 통해 정비된 당진어시장은 색감을 통일해 기존 전통시장이 가진 분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 입구에는 안내판을 세워 장 내 어느 지역에 어떤 품목을 취급하는 상점이 있는지 표시했다.


1층 어시장 구역은 아직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깔끔한 박스형태의 매장들은 많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길은 소비자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게 구성돼있었다. 2층 노브랜드 매장에서 장을 보던 사람들이 쇼핑카트를 끌고 내려왔음에도 오가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제기용품과 음식 등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하루 평균 10명 정도의 손님만 오는 단골장사였지만 어제는 30명이 넘게 찾았다면서 정식으로 오픈된 만큼 많은 손님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과 마트가 겹치는 품목이 없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층에 위치한 노브랜드 매장에서는 당진 특산물인 김을 비롯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축산, 수산, 과일 등 신선식품을 판매품목에서 제했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이 매대를 채웠다.


2층은 노브랜드 매장과 함께 카페, 장난감도서관, 그리고 아직 오픈하지 않은 푸드코드 지역으로 나뉘어있었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아이들을 장난감도서관에 맡기고 여유있게 쇼핑을 즐길 수 있었고, 한 켠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쉬기도 했다. 2층 카페의 경우 컵을 구입입한 소비자에 한해 셀프서비스로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해 기존 어시장에 위치한 카페와 차별점을 뒀다.


280규모의 장난감도서관은 월 회비 1000원에 장난감을 대여해주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직 오픈 준비 중인 푸드코트는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250규모로 마련됐다. 

상생스토어는 당진 전통시장 어시장과 이마트가 민간차원의 합의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됐다. 당진 전통시장 상인회는 서울 중곡 제일시장과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생사례를 접한 뒤 먼저 이마트에 입점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이마트는 당진 어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8월부터 의견을 조율해왔다. 두 달간 소개운영제안 등 협의를 진행하고 올 초 상생스토어의 기본구성에 협의한 이마트와 전통시장상인회는 노브랜드와 장난감도서관카페, 푸드코트 등 사회공헌시설의 집중한 운영방안에 대한 협의를 최종 완료했다. 


노브랜드 입점을 통해 당진어시장은 집객효과를 통한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당진시는 지난해 6월부터 공실이었던 어시장 2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게 됐고 이마트는 당진시 첫 점포 입점과 동시에 전통시장과의 상생이라는 롤 모델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올 해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의 매출을 17억원으로 다소 낮게 잡았다.

김수환 상무는 "매출을 낮게 잡은 이유는 수익을 것보다 당진시와의 협업을 통해 상생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젊은 층들의 인식제고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어시장은 이마트 입점을 계기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당진시장 현대화 정비사업 이후에도 방문객이 많지 않아 단골손님 위주였던 판매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자들을 접객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당진어시장 상인회와의 협의를 통해 시장에 이마트 신선식품을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수산물 등 판매 품목이 제한적인 어시장의 집객효과를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목적이다.

또한 매장 운영과 제품진열 등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컨설팅과 함께 청년 상인 등 그동안 추진해온 전통시장 상생 프로그램도 당진어시장점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당진시는 전통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150개소 수준인 주차장을 확대하고 주변 도로 포장, 비 가림 시설 등 주변 정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상생스토어를 준비하는 과정도 무척 힘들었지만 첫 모델이니만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느냐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면서 "앞으로 당진 어시장과 마찬가지로 각 지자체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상생스토어 입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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