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법정 드라마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다. 법정이라는 공간이 주는 엄숙한 분위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와 판단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는 만큼 진지할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법정 용어도 알아듣기 힘들다. 법정 드라마에 로맨스가 파고들기 어려운 이유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제작진이 찾아낸 해답은 법정에서 한 발짝 멀어지는 것이었다. 이번엔 변호사나 검사가 아닌 사무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법정에서 조금 떨어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존재다. 덕분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주인공 차금주(최지우)는 더 넓은 공간에서 활동할 자유와 연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인생을 뒤바꾸는 극적인 사건들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극의 재미도 더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제작발표회에서 극본을 맡은 권음미 작가는 “면허증은 없지만, 면허증 있는 사람들보다 일을 잘 해내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라이선스가 갖는 의미, 라이선스가 있는 사람들이 의무를 다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지위의 사람을 다루는 법정물이 새롭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극본을 쓴 의도를 밝혔다.
최근 방송된 법정 드라마로는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가 있다.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굿 와이프’는 진지한 분위기로 법조인들의 일과 사랑을 그려 호평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보다 훨씬 밝은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이날 강대선 PD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굿 와이프’ 초반부를 봤다”며 “법정 장면이 등장하는 것 외에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완전히 다른 느낌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굿 와이프’가 차분하고 진중하다면, 우리 드라마는 경쾌한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를 찍을수록 주인공이 변호사인 것과 사무장인 것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더라”라며 “사무장이 주인공이라 주 무대가 법정이 아니다. 사건을 조사하느라 밖으로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일반 법정 드라마와는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못하는 일이 없는 로펌 사무장 차금주 역할은 최지우가 맡았다. 그녀 역시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뒤섞인 복합장르의 매력과 폭 넓은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최지우는 “사무장은 무대 위 주인공이 아닌 무대를 준비하는 역할”이라며 “법정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재밌고, 실마리를 찾아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연기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극 중에서 차금주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라며 “성공한 인물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일어날지가 궁금했다.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한 여성의 성장과 법정을 둘러싼 로맨스를 다루는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의 후속으로 오는 26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