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에 더 번져버린 국정교과서 잉크

‘최순실 국정농단’에 더 번져버린 국정교과서 잉크

朴대통령 “역사왜곡 바로잡겠다”던 시기, 최순실 국정개입 시점과 일치

기사승인 2016-10-28 00:12:29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최순실발 국정농단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되자 박근혜 정부의 향후 국정 동력에 큰 균열이 생겼다. 소위 임기 말에 온다는 ‘레임덕(lame duck)’을 넘어 당장 ‘하야’와 ‘탄핵’ 이야기가 정계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상황에서 그간 반발이 심했던 각종 정부 정책은 방향타 잃은 배 마냥 휘청거리고 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성과연봉제, 사드 배치, 세월호 특조위 강제종료, 한일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등 ‘시한폭탄’들은 차근히 자신들이 터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28일 공개되는 국정교과서, 시범타 혹은 첫 방아쇠

국정교과서는 그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화두 중 화두다. 박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밀어붙인 이 작업이 비선실세 논란으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국정 한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다음달 28일 별도 홈페이지에 ‘e북’형태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과목은 고등학교 한국사와 중학교 역사다.

교육부는 그간 꽁꽁 감춰뒀던 교과서 집필진 46인도 이날 공개한다. 정치·경제·헌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교과서에 들어갈 문구 등을 작성했다.

하지만 작성된 문구 중 현대사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분분해 쉽사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작금의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첫 ‘시범타’가 될 거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임기 초 국정교과서를 강하게 밀어 붙인 시기는 공교롭게도 최순실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한 때와 겹친다.

국정교과서의 대표적 논란거리로 1948년 8월15일을 정부 수립일로 볼지, 아니면 대한민국 수립일로 봐야할 지에 대한 해석이 있다. 광복 4년차인 당시 서울 중앙청에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갖고, 제1공화국의 탄생을 알렸다.

헌법에서는 엄연히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있다. 때문에 진보진형에선 1948년 8월15일은 ‘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수진형은 이승만 정부의 출범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 및 광복군 활동에 관한 해석, 위안부 표현 등에 대해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를 ‘교육통제부’로 일컬으며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교과서는 집필 36개월, 현장 적용 10개월을 거친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는 집필기간이 13개월로, 3분의1 정도밖에 안 된다. 적용 기간은 1개월”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간이 짧음에도) 끝까지 저렇게 숨기고 고집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시간에 쫓겨서 적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가는 것인데, 이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에서 제출한 2015개정 교과교육과정 시안 개발연구 자료를 분석해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하려는 내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부정하는 내용이 국정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생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명백한 불통행정을 하고 있다”면서 “국정교과서가 편향된 역사교육을 조장한다면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EBS는 27일 ‘국정 교과서 공개 앞두고 대안 교과서 봇물’이란 보도를 통해 “대안교과서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질문과 토론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대학교 교수 50명과 비정규 교수 38명은 27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규탄을 포함시켰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