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디아지오코리아가 저도위스키 ‘더블유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연산이 있는 정통 저도 위스키를 앞세워 4년 연속 실적악화라는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일 디아지오코리아에 따르면 더블유 시그니처는 스코틀랜드 17년산 원액을 99% 이상 사용하면서도 원액혼합 방법을 통해 기존 40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35도로 낮춘 제품이다. 지난 2015년 출시된 더블유 아이스와 더블유 레어와는 달리 여러 연산을 섞지 않고 단일 연산 원액만을 사용했다. 이로써 디아지오코리아는 3종의 더블유 시리즈와 4종의 윈저 시리즈를 갖추게 됐다.
디아지오코리아 측은 “저도 제품과 무연산 제품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통 스카치 원액을 사용하고 연산을 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향이 첨가되지 않아 주세법상 위스키로 분류되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스키 시장 분위기는 밝지 않다. 경기불황과 부정청탁금지법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독주 기피 음주문화와 함께 저도주, 탄산주 등이 득세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위스키 시장은 2008년 1조2000억원대에서 지난해 7000억원대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출고량도 500㎖ 18병 기준 2009년 255만8131상자에서 지난해 178만5084 상자로 30.21%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보편적인 맛·향을 기반으로 무연산 위스키가 2009년 2352상자에서 지난해 38만9690상자로 164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전체시장의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같은 시장 상황의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421억과 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와 17.2% 줄어들었다.
여기에 그 사이 성장한 골든블루도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2009년 시장점유율이 0.1%에 불과했던 골든블루는 저도·무연산 위스키 시장의 성장을 등에 업고 올 상반기 20.6%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36.5도의 ‘골든블루 20년 더 서미트’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저도 위스키에 연산을 도입했다.
이날 선보인 ‘더블유 시그니처’는 저도 연산 위스키와 저도 무연산 위스키 모두 선수를 빼앗긴 만큼 턱 끝까지 쫓아온 골든블루를 뿌리치기 위한 전략제품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현재 골든블루는 저도 위스키의 블렌딩 원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블렌딩한 원액 중 제일 낮은 연산을 표기해 판매해야하는 기존 위스키와는 달리 무연산 위스키의 경우 3년 이상의 숙성기한을 거친다면 어떤 원액을 넣어도 상관없어 논란이 지속돼왔다.
따라서 연산을 표기하고 1도 더 낮추는 등 차별화를 둔 만큼 분위기 반등에 성공하게 된다면 디아지오코리아를 실적부진의 늪에서 끌어올려줄 ‘동아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위축과 실적악화로 부담이 커진 만큼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키’가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연산 표기라는 특장점을 가진 만큼 무연산 위스키와의 경쟁구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