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경기침체와 독주를 기피하는 주류문화가 커지면서 위스키 업체들이 저도 위스키에 힘을 싣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7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위스키 시장에서 저도 위스키는 160배 이상 크게 성장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매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8% 이상 ‘현재 진행형’ 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40도 이상 위스키 판매량은 17% 가량 줄었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저도 위스키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선보인 윈저 W 아이스와 윈저 W 레어도 판매율이 저조해 단종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윈저 W 레어의 판매량은 약 7500상자에 그쳤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출시한 윈저 W 시그니처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투수’다. 윈저 W 시그니처는 알코올 도수 35도로 저도 위스키 트렌드를 잡는 한편 17년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고 향을 첨가하지 않아 '기타주류’가 아닌 ‘위스키’로 분류된다. 정통성을 살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골든블루의 팬텀 디 오리지널과 같은 35도, 99%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연산’의 유무다. 35도 무연산 위스키인 골든블루와는 달리 디아지오 코리아는 ‘17’이라는 연산을 강조했다.
연산이란 최소숙성연산 표기원칙에 따라 기본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숫자다. 해당 연산 원액은 블렌딩 된 원액 중 최소 연산을 표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12년산 위스키의 경우 12년 이하의 원액이 1%라도 첨가됐다면 12연산이라는 표기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연산표기는 소비자들이 위스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매개다.
반대로 무연산 위스키는 말 그대로 원액의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제품이다. 3년 이상 숙성된 원액이라면 어떤 원액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골든블루의 경우 연산 대신 ‘다이아몬드’, ‘사피루스’ 등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연산을 표기해 ‘저도 위스키의 고급화’를 강조한 만큼 경쟁사와의 차이를 벌리고 4년 연속 이어진 실적부진을 딛기 위한 전략제품이라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40도 이하 저도 위스키 시장에서 연산표기 제품과 무연산 제품이 맞붙게 된 상황”이라면서 “업계 1위와 2위의 간판제품끼리의 대결인 만큼 결과에 따라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