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이번 겨울성수기 대결에서 농심이 오뚜기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라면시장이 양강체제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대찌개 라면이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53.8%로 지난해 말 61.4 %에서 7.6%나 줄었다. 지난 1997년 점유율을 공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농심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5% 줄어든 448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우위를 견고히 하기 위해 광고비를 크게 늘린 것과 인건비·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짜왕, 맛짬뽕 등 프리미엄라면 출시 이후 시장에서 비슷한류의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소비가 분산된 것도 발목을 잡았다.
금융업계에서는 3분기 매출액의 경우 전년 대비 1.4% 줄어든 4626억원, 영업이익은 62.2% 줄어든 1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쫓는 오뚜기는 한결 여유롭다. 상반기 오뚜기 매출은 연결매출 기준 1조36억원으로 전년 동기 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0.4% 증가한 760억원으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8.52% 증가한 750억원을 기록했다. 라면류 매출도 3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이상 뛰었다. 2011년 10% 남짓했던 점유율도 지난해 말 진짬뽕에 힘입어 23%까지 올랐다.
양 사의 점유율 차이는 30% 가까이 나지만 지난겨울 이후 차이가 크게 줄어든 만큼 이번 겨울 부대찌개 라면 대결이 ‘1강’과 ‘양강’ 체제를 가르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일 출시한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출시 두 달 만에 2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오뚜기 ‘부대찌개 라면’도 8월 12일 출시 이후 200억원 매출을 달성해 박빙을 이뤘다.
농심과 오뚜기 모두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신제품 부대찌개 라면과 함께 스테디셀러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스테디셀러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신제품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신라면 30주년을 기념해 골드바 이벤트와 ‘나만의 신라면’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 펼치고 있다. 신라면은 지난 1986년 10월 출시 이후 30년간 라면 부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과거 꼬꼬면과 나가사끼짬뽕 등 흰 국물라면이 유행했을 때 일부 대형마트 기준 1위 자리를 내어 준 적이 있지만 전체시장에서 신라면의 위치는 굳건하다.
오뚜기는 지난해 짬뽕라면 춘추전국시대를 종결시킨 ‘진짬뽕’ 1주년을 기념해 응모권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진짬뽕은 지난해 출시 50여일 만에 1000만개 돌파에 이어 173일만에 1억개 판매고를 올렸다. 늦더위가 계속되던 올 8월에도 58억원, 9월 6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 모두 시장 노하우가 있는 만큼 이번 겨울 시장에서 드라마틱한 역전이나 맹추격까지는 힘들 것”이라면서 “다만 양강체제 구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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