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격 올릴까 말까’ 깊어지는 음식점 고민

‘맥주가격 올릴까 말까’ 깊어지는 음식점 고민

기사승인 2016-11-18 17:22:48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오비맥주가 주요 국산 맥주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일선 음식점에서는 ‘맥주 5000원’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국산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가 1081.99원에서 1147.00원으로 65.01원(6.01%) 올랐다.

논란이 되는 것은 외식 맥주가격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맥주는 지난 5년 동안 소매가격의 2.8배에 가까운 외식판매가격을 보였다. 6% 출고가 인상을 외식판매가에 적용할 경우 일선 음식점에서의 판매가격은 평균 4000원에서 16.8% 오른 4672원이 된다.

전례에 비춰 볼 때 일선 음식점의 맥주 가격이 5000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소주 출고가가 평균 5.5% 인상됐을 당시 일선 음식점 판매 가격은 500~1000원 가량 오르기도 했다.

제조업계에서는 출고가 인상과 ‘맥주 5000원’은 크게 상관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세법상 출고가에 세금이 부과되고 병당 10~20원의 유통마진이 붙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주류는 다른 상품과 달리 국세청 고시에 따라 제조업체에서 일선음식점으로 직접 거래가 불가하다. 가정용과 대형매장용, 음식점용으로 구분돼 주류 도매상을 거쳐 공급된다. 이 단계에서 유통마진이 붙게 된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 기준 출고가가 인상된 11월 1일 전후 가격 차이는 최대 200원 안팎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카스 후레시 1.6ℓ 경우 4010원에서 4200원으로 190원, 500㎖ 캔 제품은 1790원에서 1870원으로 80원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가 60원 올랐다고 하더라도 중간 유통단계에서는 출고가에 10원 단위로 남기는 정도라 ‘쩐 장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일선 음식점에 납품하는 대리점끼리 가격경쟁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차액을 남기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가격 인상을 통해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판매 가격은 유통업체 이윤이 더해지더라도 70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몇 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일선 음식점의 매입 가격 인상은 많아야 200~300원 내외로 예상된다.

일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맥주 5000원 판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출고가 인상보다는 임대료 등 외적인 부분에서의 운영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 정릉에서 일식 주점을 운영하는 장모 씨는 “출고가가 올라 이전보다 들어오는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면서 “가뜩이나 불경기로 손님이 줄어든 판국에 맥주 가격까지 올리면 지금 오는 손님도 등 돌릴 것 같아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식주점 특성상 병맥주보다는 생맥주 판매량이 많아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신촌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도 “병맥주 등 주류가 매장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고가 인상이 운영에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로 크지는 않다”면서 “다만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커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는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소주 출고가 인상 이후 일반음식점의 판매가가 1000원 가까이 오른 것은 일선음식점 가격 인상과 관련된 규제가 없어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소비처인 일반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없다”면서 “‘4000원 유지’와 ‘5000원 인상’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일선 음식점주”라고 강조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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