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끝이 보이지 않는 분쟁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끝이 보이지 않는 분쟁

기사승인 2016-12-06 00:03:00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주름개선 등 미용 성형에 쓰이는 보톡스의 원료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진실공방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최초로 개발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휴젤 등의 균주 기원이 의심된다며 공개토론에 나선 상황이지만, 정작 대웅제약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원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메디톡스 대웅제약 균주 출처 의심된다주장…질병관리본부 독성 균주 관리 허술 지적 

논란의 시작은 메디톡스가 후발주자인 대웅제약과 휴젤 등의 균주 기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메디톡스는 균주의 기원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보툴리눔 균주의 기원 규명을 통해 균주 획득 경위가 적확하고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기원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은 동 회사가 발견하고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를 (hall)’이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이 균주는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한 균주에만 붙일 수 있는 고유명사이며 현재 엘러간 메디톡스 등이 보유하고 있다따라서 대웅제약이 한국 토양에서 발견, 분리한 균주에 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 이는 대웅제약이 홀 균주라는 명칭을 붙여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실제 2009년 대웅제약이 주장하듯 마굿간에서 발견한 균체를 등록할 때 이라고 명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두바이더마학회에 간 이후로 말이 달라졌다대웅제약이 균체 유전자 서열을 일부 분석했더니 일부가 홀 시퀀스와 동일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대웅제약이 홀 균체를 별도로 발견한 것이라면, 의구심이 든다. 동일한 균체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출처가 브로커를 통해서나, 다른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이 부분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톡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두 업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정 대표는 균주 기원이 다른데, 100% 동일하게 유전체 염기서열이 나온 것이 상식 밖의 일이라며 미국에서 구해온 균체와 한국 경기도 한 마굿간의 균체가 동일하다면 정확한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 대웅제약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특히 보툴리눔 톡신 균체는 생물학적 제제로 독성이 강해 테러물질로도 사용된다. 질병관리본부가 독성이 강한 균체가 시중에 떠도는 것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웅제약이 나보타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추진하자, 엘러간과 계약을 맺은 메디톡스 측이 미국 허가 지연과 관련해 악의적으로 대웅제약을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일각에서 대웅제약을 견제하기 위해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무근이라며 대웅제약이 FDA 허가를 받을 가능성도 낮겠지만, 받았다고 하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균주 기원 등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약 대웅 측이 균주 기원을 속이고 허가를 시도한다면 이것은 공문서 위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논란은 허술한 보건당국의 관리체계다. 대웅제약과 휴젤 등이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발견했다면 보건당국이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적은 양으로도 생화학무기로 쓰일 수 있을 만큼의 강한 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당국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리에 빈틈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 의원의 지적은 보툴리눔 톡신 논란이 가속화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당시 기 의원 자료에 따르면 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인 보툴리눔 톡신은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살상할 수 있어 탄저균과 같이 생화학무기로 쓰일 수 있는 맹독성물질이다.

보툴리눔 톡신 균쥬 논란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2010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구간의 한 토양에서 해당 균을 채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휴젤은 2006년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고서에 2002년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툴리눔독소를 분리해 배양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기동민 의원은 만약 업체들이 국내 토양이나 시중에 유통된 통조림에서 균을 채취했다면 해당 지역이 맹독성 물질이 있는 지역이므로 감염병 발생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그런데도 균주 관리에 질병관리본부가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기 의원은 대웅제약이 국내 토양에서 독성이 강한 물질을 발견했다면,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인지하고 균주 출처 조사에 나서야 했으나 이를 방치한 것에 다름없다면서 시중에서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균주가 쉽게 발견된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국정감사 이후 현재 생화학무기가 국내 토양에서 떠돌아 다닌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역학조사를 포함해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히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웅제약 자사 FDA 허가 앞두고 메디톡스 허위사실 유포, 균주 국내에서 발견 맞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유포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균주 논란이 이어지자 우리는 나보타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메디톡스가 균주 기원을 밝히라고 하는데, 우리는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에 충분히 자료를 제출했다. 국가기관도 요구하지 않는 기업 비밀정보를 일개 기업이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메디톡스 균주야 말로 외국에서 밀반입한 것으로 남의 것을 몰래 가져온 장물에 소유권의 원천이 있을 리 없다. 이번 사태가 경쟁사의 미국진출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종욱 부회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보톨리눔 톡신 균주의 엄격한 관리를 요구하거나 감독하고는 있다. 하지만 제품화된 해당 균주들의 동일성 여부나 이의 확인을 위한 염기서열 등의 상세 정보를 전혀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그럼에도 계속되는 메디톡스의 의혹 제기는 최근 확인되는 (메디톡스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은폐하거나 경쟁사 글로벌진출 등을 방해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이 주장하는 메디톡스의 어려운 상황은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 주가 하락, 대웅제약의 미국시장 선점가능성, 메디톡스 파트너사의 불공정거래행위 피소 등을 일컫는다.

반면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토양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며 자사 제품을 도용했거나, 불법 브로커를 통해 균주를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우리는 꾸준히 국내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찾아 다녔고, 이를 토대로 나보타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토양미생물로 자연상태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을 분리동정한 사례는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이러한 논문들도 있다. 우리는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균주 출처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야 말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로부터 A형 홀 균주를 공법적, 사법적으로 적법하게 취득 및 보유하고 있다는 증빙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우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균체를 국내에 가져왔다양규환 박사가 1979년 위스콘신대학교로부터 보툴리눔 균주를 공여 받아 한국으로 들여올 당시에 보툴리눔은 미국법상 규제대상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2002517일 전염병예방법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보툴리눔이 고위험병원체에 포함됐기 때문에 한국법 위반의 문제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결국 균주 기원을 둘러싸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상반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논란이 법적공방을 통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 중재, 메디톡스·휴젤 중재 참여할 것” VS 대웅제약 참여 어렵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한 업체간 상반된 주장이 지속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식약처는 직접 해명과 함께 각 기업들에 합의안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섰다

식약처 김진석 바이오생약국장 등은 지난 119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와의 미팅에 이어 같은 달 10일에는 대웅제약과 휴젤 대표를 각각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는 논란과 상호 비방이 지속되고, 국정감사에서도 균주 문제가 나오자 식약처가 직접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균주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신과 혼란이 야기되면서 자칫 관련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메디톡스와 휴젤은 식약처가 제시한 시판허가 당시 심사 자료를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대웅제약은 자료 공유가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식약처 중재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논란 해결을 위해 식약처가 허가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원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주무 부처인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균주 기원이 명확한지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업체가 제출한 균주 기원 자료가 거짓으로 판명난다면, 공문서 위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외국과 외국과 우리나라 허가 체계가 거의 비슷하고 허과 과정에서 문제는 없다"며 "보툴리눔 톡신 균주에 나오는 독소들에 대해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거쳐,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을 허가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 간의 분쟁으로 국내 의약품의 신뢰도가 추락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회사들이 동의한다면 허가 관련 심사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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