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경찰관이 되고 싶다던 늦둥이 A(25)씨.
A씨는 지난해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
경찰관 임용에 앞서 지난달 경찰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 교육 과정이 끝나면 꿈에 그리던 경찰관에 임용돼 현장을 누비고 다녔을 A씨.
하지만 뺑소니 사고가 A씨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난해 연말 마지막 날 새벽 귀가하던 A씨는 뺑소니 사고를 당했고,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2대의 용의차량을 추적해 운전자의 신원을 확보했지만, 이 가운데 유력한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용의차량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의 재구성
다음은 경찰의 중간 수사 내용 등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2016년 12월31일 오전 2시40분께.
경찰 학교에서 휴가를 나왔던 A씨는 이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
10여 분을 걸어가며 귀가하던 중 A씨는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오전 3시께. 택시를 타고 가던 승객이 “남성이 도로에 쓰러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뺑소니 사고로 의심하고 특별전담팀을 구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사고 시간대에 현장을 지나간 차량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경찰은 사고 지점에서부터 반경 5㎞까지 범위를 넓혀 수색해 용의차량을 1000여 대로 압축했다.
또 형사팀과 교통조사팀 직원 50여 명을 동원해 창원시내 전역에 설치된 CCTV 100여 대를 분석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5일 만인 지난 4일 싼타페, K5 등 2대의 용의차량 운전자 신원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2시49분께 사고 현장을 지나갔다.
경찰은 싼타페는 2시54분, K5는 2시56분에 사고 현장을 지나갔거나 현장 주변에 있었던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고 현장을 지나갔지만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고 현장을 지나가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출석을 앞둔 싼타페 운전자 B(56)씨가 지난 4일 오후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이었다.
B씨는 이날 오후 3시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가족과 경찰 등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은 B씨 아들의 가출 신고로 B씨 행방을 찾던 중 인근 야산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B씨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은 경찰 수사는?
경찰은 B씨가 사망했지만 사건은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다른 용의차량인 K5 운전자의 혐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K5가 U턴한 뒤 사고 현장을 벗어난 주변에서 한참 머무르다 이동한 행적 등을 수상히 여기고 있다.
경찰은 싼타페와 K5에서 증거가 될 만한 피해자의 혈흔 등을 찾기 위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다.
A씨 시신에서 발견된 타이어 자국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식 결과는 2~3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용의자가 숨지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처리되지만 이번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며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오면 A씨의 사망 경위 등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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